동물학자 우동걸 “산불로 터전 잃은 야생동물…동물의 아픔, 개발 호재로 삼지 말아야”[인터뷰]

대규모 피해를 낸 영남 산불은 인근 주민과 숲은 물론 야생동물에게도 재앙이었다. 동물 생태학자인 우동걸 박사(42·국립생태원)는 산불 직후부터 현장을 다니며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산불로 야생동물 서식지도 광범위하게 소실됐다”며 산불 지역에 리조트 등을 짓자는 일부 정치권의 제안에 “이 아픔을 개발 호재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영남 산불로 야생돌물 서식지도 광범위하게 소실됐다”며 “이번 산불은 이전 울진·삼척 산불보다도 피해 등급이 높고 피해 면적이 넓어서 야생동물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야생동물의 죽음’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현장에 간다고 했다.

기동성이 뛰어난 일부 포유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숲속 동물은 순식간에 번진 불로 질식사하는 등 1차적인 피해를 입는다. 특히 고목에 주로 둥지를 트는 올빼미류 등 조류, 산불 피해지인 경북 의성군에 서식하는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까스로 불을 피하더라도 2차 피해와 마주해야 한다. 그는 “불길에 살아 남았다 하더라도 원 서식지가 불에 타면서 먹이 자원이 사라졌기 때문에 기존의 안정적인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남은 개체 간 경쟁을 해야하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났을 때 새롭게 정착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영남 산불 당시 불길이 경북 영양군으로 번지자 인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동·식물 28종, 4907개체는 울진 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본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산불 직후부터 그는 현장을 다니며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지표면 초목과 낙엽 등을 태우고 지나가는 불을 뜻하는 지표화 수준에 그치면 초식 동물의 먹이 환경은 일시적으로 개선된다. 초목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올라와 먹이감이 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산불은 워낙 규모가 컸기 때문에 나무 윗부분까지 타버리는 수관화 면적이 넓어 동물들 입장에선 지표화로 인한 ‘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이번 산불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에서 발생했는데, 낙동정맥은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이라며 “경북 영덕과 영양, 청송 지역은 멸종위기종 중에서 산양과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서식지여서 낙동정맥을 중심으로 긴급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괴된 야생동물 서식지는 자연 스스로 회복하도록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산불 피해 지역 복원은 자연의 힘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더이상 교란을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급경사 지역이나 수목이 쓰러져 있는 곳은 토양과 지반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산사태나 홍수 위험이 있는 것은 응급복구가 필요하다”며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대로 둬야 마땅하지만, 재해 위험 지역은 응당한 조치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남 산불 피해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 압력이 크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산불로 산림과 서식지가 소실된 참에 리조트와 관광 시설을 짓자는 정치권 제안이 등장했다. 경북 의성·영양·청송·안동은 자연 생태계 보존이 상대적으로 잘된 지역이다. 우 박사는 “산에 생채기가 난 것인데 이 아픔을 개발 호재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온전하게 숲으로 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해 야생동물이 희생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 박사는 “로드킬, 유리창 조류 충돌, 농수로 고립사로 인한 야생동물의 죽음 은 모두 불필요한 죽음의 범주에에 포함된다”며 “인간의 무관심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야생동물의 불필요한 죽음을 막는 데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산불 피해지역의 생물다양성 복원 공약과 보호구역 확대, 훼손된 지역을 다시 되돌려놓는 재자연화 공약 등에 주목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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