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정선거 망령 소환… 국민의힘 “자중하라, 대체 왜 이러나"
함께한 황교안 "김용현이 부정선거 상세 파악"
"우리와 관계없는 분" "재구속 필요" 국힘 당혹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하며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우세력의 선봉을 자처하며 계엄의 명분으로 삼았던 부정선거 이슈를 띄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국민의힘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참담한 분위기다. 특히 '보수 빅텐트'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하는 마음 급한 상황에서 다시 불법계엄과 탄핵의 그림자에 발목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의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지난달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47일 만의 공개 행보다. 내란수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은 간혹 외출 장면이 목격된 적은 있지만, 공개 행보에 나선 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감독을 맡은 이영돈 PD, 제작과 기획을 담당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봤다.
이날 행보는 윤 전 대통령 측근을 자처하는 전씨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도 이 같은 일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한 건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영화관에는 ‘윤석열 다시 한번’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지지자 수십 명이 찾아 윤 전 대통령 이름을 외쳤다. 지난 17일 “저는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이 장외에서 극우 세력을 규합한 것이다. 영화를 함께 관람한 황교안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어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부정선거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매우 단단한 전사로 느껴졌다”고 강변하는 글을 올렸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에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이 PD는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당혹스럽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고 이제 저희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면서 “개인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계엄에 대한 반성과 자중을 하셔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이 이날 영화를 관람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윤 전 대통령을 누군가 말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 지역 의원들마저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반이재명 빅텐트', '이준석과 단일화'에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갈 길 바쁜 상황에 또다시 윤 전 대통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극우와의 결별'에 실패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빅텐트도 단일화도 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세력을 윤 전 대통령이 앞장서 부추기는 모양새다.
전날부터 선거 유세에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통당(자유통일당), 우공당(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재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위헌∙위법한 계엄을 하고도 단 한 번의 반성도 사과도 안 하는 윤석열. 끝나가는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계엄으로 연장시켜 준 윤석열. 우리 당이 살고 보수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떤 영화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어떤 경우든지 유권자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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