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 넘나들며 시간을 반추하다

창원 출신 김정희 시인이 첫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사진)을 냈다.
시집에는 2013년 등단 이후 시와 소설, 디카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시인의 시적 여정이 녹아있다.
김정희 시인의 시는 죽음을 의식하고 시간성과 기재성(있어 왔음)을 사유한다.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의 서사가 이번 시집에 담겼다.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를 밀고 간다//(중략)// 보라에 희고 붉은 길의 끝으로/ 휠체어가 굴러간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다 안다는 듯 오래전에 알았다는 듯/ 두 여자 다음 계절의 처음으로 걸어간다/ 거의 왔구나, 하면서’ -‘휠체어와 봄’ 중
김 시인은 작품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시간을 반추한다. 시간의 흐름 위에 오른 두 여자는 길의 끝에 다다르더라도 불안에 빠지지 않는다. 다음 계절을 향해 걸음을 옮길 뿐.
‘손등을 뒤집으면 붉은 손바닥/ 푸릇한 잎사귀 달던 잎맥 같은 실금들/ 네게 가는 길이 이랬을까/ 60㎞ 제한속도 표지판을 세우고/ 방지턱은 복병처럼 엎드렸지/ 나는 두 손을 쥐고 울었어’ -‘그리움은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있다’ 중
때로는 그 길이 무수한 실금처럼 얽힌다. 제한속도 표지판과 방지턱 같은 복병이 막아서 눈물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인은 울음에 젖은 모래들을 쥐고 살아간다.
‘젖은 모래를 쥐고 삽니다./ 손바닥과 손등, 손톱까지 끼어서./ 포슬하게 말라 나를 떠나게 되면 시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겠지요./ 언젠가는, 하고 다짐해 봅니다.’ -시인의 말
장유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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