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끝 마을의 기적...해녀의 음식과 이야기, 걸작이 되다

제주 동쪽의 끝 마을 구좌읍 종달리. 이 작은 마을에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독특한 명소가 있다. 극장식 레스토랑 '해녀의 부엌'이다.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제주다운 뷔페식 음식과 90대 해녀와 20대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독특한 콘텐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도 많다. 해산물 경매장으로 쓰이던 방치된 건물은 이제 제주의 음식과 이야기를 엮어내는 소중한 거점이 됐다.
종달리 출신으로 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 1991년생 김하원 대표는 헐값에 거래되는 지역 해산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이 실험을 시작했다. 해산물 경매장으로 이용되다 방치되던 어촌계 건물을 제주 로컬 식재료로 만든 만찬과 해녀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로 채우고 싶었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했고, 2019년 6월 정식 오픈을 했다. "이 작은 마을까지 사람들이 해녀의 이야기를 들으러 올까?", "이 음식에 기꺼이 돈을 내고 먹을까?" 했던 의문은 금세 녹아내렸다. 음식과 이야기의 힘에 입소문이 났고, 예약이 꽉 차기 시작했다.
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해녀의부엌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먼 곳까지 방문하고, 마을의 편의점과 카페에서 소비를 하고, 마을에 머물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는 해녀들은 자긍심과 설렘을 가지기 시작했다. 청년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 해녀가 어우러져 끈끈한 공동체 '부어커'가 됐다. 이제 해녀의부엌은 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곳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수원화성&행궁동부터 대전 성심당까지 전국에서 작년 가장 주목받았던 관광 명소들에게 주어지는 2024년 한국 관광의 별 11곳을 발표했는데 '해녀의 부엌'이 이름을 올렸다.

누군가는 제주관광의 새로운 미래라고 말하고,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이라고도 얘기한다. 어촌계와 청년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신기한 비즈니스라는 칭찬도 있고, 로컬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도 거론된다.
사실 본질을 살펴보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 그리고 해녀들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진심이 묻어있다.
김하원 해녀의부엌 대표는 "우리가 집중했던 것은 개인의 삶이다. 개인의 삶이 마을을 이야기 하고 그 지역을 얘기하고 국가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곳에서 100년을 살아온 삶이 타지에서 온 삶과 잠깐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향점을 밝혔다. "방문자들이 여기서 묵묵히 살아온 사람의 삶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해녀의 부엌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원 대표는 "해외에서도 제주를 많이 주목하고 있고 제주가 가진 가치를 정말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제주 청년들이 제주의 가치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해녀라는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보고싶고 알고 싶은 게 돼야 한다"며 "이 지역에 와서 일하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큰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소명도 있다"고 말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도전은 이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의 별이 됐다. 그리고 그들 부어커들은 서로 의지하며 더 큰 세상을 향해 가는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다. 수백년 간 해녀들이 그래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