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없이 본연에만 충실… 디즈니, ‘스티치’로 기사회생
파란 털·큰 눈 가진 외계 생물체
릴로 가족과 좌충우돌 지구생활
피부색 변경·PC주의 주입 없이
관객 니즈에 맞춘 캐릭터 구현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 돋보여
배우들의 연기 싱크로율도 완벽

‘진작 이렇게 만들 순 없었나!’ 디즈니의 신작 실사화 영화 ‘릴로 & 스티치’는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절대 진리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고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를 실사화 제작할 때마다 속된 말로 ‘죽을 쑤던’ 디즈니가 뉴밀레니엄 2002년작 ‘릴로 & 스티치’로 오자 그간 무리하게 시도했던 주인공 인종 바꾸기, PC(정치적 올바름)주의 사상 주입을 멈추고 관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냈다.
21일 개봉한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하와이 소녀 릴로(마이아 케알로하)가 불의의 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잃고 언니 나니(시드니 엘리자베스 아구동)와 둘이서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부모의 부재에 릴로는 주의력 결핍 등 불안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면서 소녀 가장이 된 언니 나니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갑자기 엄마처럼 구는 언니 나니가 못마땅한데, 설상가상 친구들은 릴로를 소외시키고 괴롭힌다.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에 대고 릴로는 “제발 진정한 친구를 갖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 시간 별똥별에 타고 있던 우주 괴생명체 스티치. 스티치는 역시 원작과 마찬가지로 외계 행성에서 줌바 주키바(지구에선 배우 잭 갤리퍼내키스가 연기) 박사가 금지된 실험으로 만들어낸 생물(실험체 626)이다. 외계 행성을 비출 때는 애니메이션과의 경계가 흐릿하지만 스티치가 당국에 의해 제거당하기 직전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탈출하면서 엄연한 실사화 영화로 전환된다.
파란색 보송한 털로 온몸이 뒤덮인, 비글처럼 축 처지는 커다란 귀에 새까맣고 커다란 눈을 가진 스티치는 발이 여섯 개, 정수리 위 수상한 더듬이와 등줄기에 돋아난 비늘 같은 촉수가 있던 외계생명체 시기에도 나름 귀엽다. 지구에 와서 릴로에게 입양되기 위해 평범한 네발 동물로 위장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귀여워!!’라는 내적 탄성과 엄마미소를 유발한다.

언어는 알 수 없는 외계어에 지상계 언어(영어)를 일부 섞어 쓰는데, 원작에서 스티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샌더스가 이번에도 특유의 악동 같은 목소리를 잘 표현했다. 스티치를 비롯한 외계인들은 ‘지구’(earth)를 ‘쥐구’(ee-arth)로 발음하는 등, 인간의 언어를 발음하는 데 어쩔 수 없는 벽을 마주하는 모양새다.
지구에 떨어진 스티치를 다시 회수하기 위해 줌바 박사와 지구애호가 플리클리(빌리 매그너슨)가 급히 파견된다. 이들은 외계인의 외양을 하고 하와이 길거리를 다닐 수 없어 희생양이 될 남성 두 명을 물색하는데, 이 배우들이 보여주는 외계인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제작진이 ‘실사화’(live action film)에 천착했는지 느껴질 정도라 감명 깊다. 특히 외눈박이 초록 대머리 외계인인 플리클리가 금발의 매그너슨과 겹쳐보이는 지점은 신묘하다.
주인공 릴로를 연기한 신인배우 마이아 케알로하는 실제 하와이에 살고 있는 소녀로,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가 환생한 듯하다고 호평받았던 나오미 스콧보다도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민감하기도 한 주제이며, 그간 디즈니가 백인 캐릭터들을 무리하게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바꾸면서 영화가 가진 수많은 다른 부족함을 가릴 정도로 화두가 되었던 ‘피부색’ 역시 원작에 충실하다. 하와이 바닷가를 제집 삼아 서핑이 취미인 릴로는 얼마든지 타도 되니깐, 왈가왈부할 것도 없다.
남들과 다르다고 손가락질받던 릴로와 스티치, 두 여린 존재들은 서로의 작은 손을 맞잡고 가장 단단한 가치 ‘오하나’(하와이어로 가족)를 지킨다. “오하나는 한 사람도 버리고 가지 않아”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어른이 관객들 사이에서 코를 살짝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PC주의 교훈보다 훨씬 더 심장을 직격한다.
벌써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릴로 & 스티치의 제작비는 약 1억 달러(약 1350억 원)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효과에 뮤지컬 드라마로 휘황찬란하게 제작한 백설공주가 3배에 달하는 제작비 2억6940만 달러(3700억 원)를 들였지만 이조차 회수 못 하고 막을 내린 것과 비교해 어떤 메시지가 될지 주목된다.
디즈니, 이쯤 되면 답이 됐으려나?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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