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먹구름 드리운 한국 경제
2024년 1분기 이후 -0.2~0.1% 저성장 지속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국면이다. 정책 방향성이 일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무역 관련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세부 협상안 도출 과정에서 정책 발표의 변동성과 시장 기대의 반복적인 수정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관세정책 여파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제조업 투자 위축으로 확산되며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3분기 중 미국과 주요국의 생산 및 수출 지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가 전면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할 확률은 낮지만 고용시장과 소비 지표 둔화가 지속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로, 두 지표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장기화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내수 부진을 심화하고,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은 기업과 소비심리를 위축했다.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 2분기(-0.2%) 이후 3개 분기 만에 다시 나타난 것으로, 지난해 1분기(1.3%) 이후로는 -0.2~0.1% 수준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기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있었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건설투자는 건물 건축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2.1% 감소하며 투자 전반이 부진했다. 민간소비 역시 0.1% 하락해 내수 전반에서 약세를 드러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장비 부진으로 전기 대비 1.1% 감소했고, 수입은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내수 부문은 -0.6%p를 기록해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순수출 기여도는 0.3%로 나타났지만 이는 수입 감소폭이 수출보다 컸기 때문이며 대내외 수요 모두 위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 역시 전기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 전체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음을 의미하며 한국 경제의 취약한 체질을 반영한다.
2분기에도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장기화로 수출 부진 가능성이 크고, 미국 내 선구매 효과에 따른 반작용과 기업들의 투자 보류는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관세의 실질 효과는 아직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생산 및 설비투자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추경 편성과 재정 집행 속도감 중요
다만 2분기에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보다는 0%대 보합 수준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6·3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예산 집행, 공공투자 확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일정 수준의 성장 모멘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3분기에는 재정 확대가 경기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남아 있고 정치 일정상 확장적 정책이 집행될 가능성도 큰 만큼 추경 편성과 재정 집행의 속도감이 중요해질 것이다.한편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함에 따라 한국은행은 2025년 성장률을 1.5%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1% 초반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의 재정 확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 경제는 상방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국면인 만큼 정책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Copyright © 주간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