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여권까지 압수했지만, 그는 칸 레드카펫 중심에 섰다[2025 칸영화제]
올해 제78회 칸영화제를 취재하고자 최근 칸 현지에 도착해, 황금종려상 후보작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을 사흘간 7편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영화 ‘단순한 사고’는 지금까지 관람한 영화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영화였습니다. 이번엔 이 영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그는 이란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해 칸영화제에 ‘단순한 사고’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AF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084802262zvks.jpg)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 출신으로, 이란 정부와의 반목으로 2010년 ‘영화 촬영, 해외 여행, 외신 인터뷰’를 전부 금지당한 이란 내 논쟁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여권을 빼앗겼고 3년 전엔 수감됐다가 단식 투쟁으로 풀려나는 파란만장한 삶의 영화인입니다.
이번 경쟁 부문 진출작에서 자파르 파나히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그의 신작 ‘단순한 사고’를 2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제78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2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영화제 팔레 드 페스티벌 레드카펫의 모습. 평소 칸의 날씨와 달리 온종일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열기는 한 시간 전부터 뤼미에르 대극장에 입장하려는 관객들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04076esdl.png)
![영화 ‘단순한 사고’의 한 장면. 고문 희생자 바히드(왼쪽)는 밴에 자신을 고문했던(추정) 정권 부역자를 가두고 자신과 같은 고문 희생자들을 찾아다닙니다. 내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도 밴을 타고 이 여정에 동참합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는 ‘기생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코믹한 요소가 상당합니다. 칸영화제 상영 중에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공개된 영화 스틸컷이 이것 한 장뿐이라 아쉽습니다. 실제 영화는 색감이 밝습니다. [IM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06282grmi.png)
아빠는 차가 멈춰 선 마을에서 만난 한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남성이 차를 고치는 사이, 아빠는 이 남성의 사무실로 가서 다른 남성(주인공 바히드)에게 ‘툴 박스’를 빌리려 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던 바히드가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도움을 청하는 아빠를 경계합니다. 이 아빠는 한쪽 다리가 불편해 걸음을 걸을 때 다리를 끌었는데, 바히드가 저 소리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차 수리가 완료되고 가족들이 출발하자, 바히드가 갑자기 가족들을 미행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히드는 저 아빠를 삽으로 폭행해 납치한 뒤, 사막 한 가운데로 끌고 가서 땅속에 묻어 살해하려 합니다. 바히드는 저 아빠의 신분증을 확인하면서 “나는 당신의 발소리를 잊을 수 없다. 당신은 오래전 나를 감옥에서 고문했던 그 남자(별명은 ‘Peg Leg’, 의족이란 뜻)다. 당신이 이름을 바꿨더라도 난 당신의 발소리만 들어도 당신이 누군지 안다. 네 놈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 확신합니다. 감옥에서 다리를 끄는 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들었는데, 그 소리가 주는 공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정권의 부역자로 추정되는 아빠는 “난 그 사람이 아니며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 난 그때가 아니라 작년에 다리를 잃었다”며 억울하다고 저항합니다.
![20일(현지시간)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에게 인사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가운데). 왼쪽은 주인공 바히드 역을 맡은 바히드 모바세리.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084806914ilaj.jpg)
바히드는 ‘페그 레그’로 추정되는 남성을 밴 뒷좌석에 감금한 뒤, 자신과 같은 정권의 고문 희생자를 찾아다니며 “이 남자가 ‘페그 레그’가 맞는지”를 묻고 다닙니다. 영화 ‘단순한 사고’는 한 남자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넘어, 은폐된 진실을 인간이 발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감춰진 진실보다도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페그 레그로 추정되는 저 남자(아빠)는 페그 레그가 맞을까요. 진실은 무엇일까요.
눈물을 흘리며 “나는 고문 전문가 페그 레그가 아니다”고 항변하는 저 사람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요. 제목은 ‘단순한 사고’이지만 이 여정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20일(현지시간) 오후 ‘단순한 사고’ 상영 직후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정문의 모습. 하루 종일 내린 장대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바뀌었습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09841bwco.png)
처음엔 바히드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의문 속에서 영화가 시작되지만, 바히드의 여정에 관객들도 동참하게 됩니다.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저 과정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어 이날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한 뤼미에르 대극장은 순간 순간 ‘폭소’로 가득했습니다. 이를테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이미 1등상을 받은 감독입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의 1등상을 모두 받는, 인류 영화사의 2번째 인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Majid Saeedi·칸영화제 홈페이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12061ylxv.png)
유쾌한 정서의 영화이지만, 상징적인 장면이 수도 없이 펼쳐집니다. 도로에서 강아지가 사망하자 페그 레그(추정)의 아내인 엄마는 “모든 건 신의 뜻에 달린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고문과 희생에도 ‘신의 뜻’이 숨겨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건 신의 개입이 아니라 인간의 악이 아니던가요.
![20일(현지시간) 영화 ‘단순한 사고’ 월드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입장하는 모습.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이 뤼미에르 대극장에 생중계됩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14245bnhn.png)
![20일(현지시간) 오후 칸영화제 뤼미에르 대극장 ‘단순한 사고’ 상영 직전의 모습.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입장하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리시가 터졌습니다. 사진 중앙 약간 좌측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인물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입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며 받은 정권의 핍박 때문인지, 이날 관객들은 상영 직전 모두가 기립해 2분간 기립박수를 감독에게 보냈습니다. 상영 직후가 아닌 상영 직전 기립박수가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1/mk/20250521211216172mgtc.png)
21일(현지시간) 오후 2시경 공개된 스크린데일리 그리드에 따르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단순한 사고’는 현재 3.1점으로 22편의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두 명의 검사’와 공동 1위입니다. 자파르 파나히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외신을 검색해보면 이 기록을 세운 인물은 1960년대 활동했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유일하다고 하는데, 만약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 인류 역사상 60년 만에 역사가 다시 쓰이게 됩니다. 이 경우, 영화사의 한 장면이 연출되겠지요.
올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 결과는 24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25일 새벽에 발표됩니다. 개인적으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수상을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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