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과 ‘구조화된 지옥’

전혜원 기자 2025. 5. 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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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은 대선 이후로 미뤄졌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월1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이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미뤄졌다. 앞서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선고 하루 만인 5월2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선 전인 5월15일을 첫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피고인 소환장도 우편송달과 동시에 법원 집행관이 직접 전달하게 하면서(보통은 우편송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때 집행관을 보낸다) 대선 전 파기환송심이 선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기일 변경으로 그런 가능성은 사라졌다.

서울고등법원은 기일을 바꾼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후보 측은 재판기일 변경을 신청하면서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116조 1항 등을 들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5월12일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는 것은 처음 공판기일을 정할 때 재판부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가 더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4월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에 배당한 지 약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첫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4월24일에는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열었다. 그리고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인 5월1일 선고했다. 사안에 따라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수는 있지만, 전례 없는 속도였다. 소위 ‘6·3·3 원칙(선거법 사건은 1심을 6개월 내에,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강행규정. 그간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여졌다)’에 비춰보아도 두 달 정도 빠른 선고였다.

심지어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판결도 아니었고, 공교롭게도 유죄 의견을 낸 대법관 10명 모두 윤석열이 임명한 이들이었다.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은 소수의견에서 이렇게 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에 있다. (···)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적어도 반대 의견을 설득할 만큼의 시간도 거치지 않은 판결이었다는 뜻이다.

온 국민에게 들켜버린 관행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했던 배경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건 1심이 검찰 기소로부터 2년2개월 만에 선고되었고, 2심은 1심 선고일로부터 4개월 만에 선고되었다. 둘의 결론도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무죄로 정반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5월1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심리가 필요했다는 취지다.

5월3일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대법원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정의가 절차를 통해 구성된다는 현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결정은 공동체 내에서 수용될 수 있다.”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출신 김연식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렇게 반박했다. “내부적으로도 전원일치에 이르지 못한 판단, 그것도 통상적 관례보다 이례적으로 짧은 심리 기간을 거친 판단이, 단지 ‘법적 결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사회적 정당성을 요구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사법부 내부에 은연중에 자리한 일종의 오만, 즉 ‘우리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식의 자기 확신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본다.”

대법원의 태도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결정과 정반대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최근 김장하 선생과 만나 “(선고가)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했다.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으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대법원 결정으로도 불확실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고기각’으로 무죄를 확정하거나, ‘파기자판’을 통해 형량을 직접 정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파기환송’을 택했다.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재상고 기한(7일)과 재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을 고려하면, 아무리 빠르게 파기환송심을 진행해도 6월3일 대선 전 확정판결은 불가능했다. 이렇다 보니 대법원이 재상고 기한(7일)만 기다려주고 재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은 무시하는 위법을 저질러가면서까지 대선 전에 확정판결을 내릴 거라는 의심까지 퍼졌다(물론 이런 위법을 저지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파기자판을 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극단적 가정이 나온 건, 판결의 내용이 대선에 엄청난 변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린 1심과 거의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와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상급법원의 판단이 하급심을 기속하므로 파기환송심도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 형량을 정할 뿐이다. 만약 1심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대로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이재명 후보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며,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될 것이었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선거 전 확정판결이 나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 중인 유력 대선후보를 유권자들이 아예 뽑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민주당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로 규정한 맥락이다.

“개인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각본을 짜놓고 이재명을 끌어내리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이 원하는 대로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아니다. 아마도 사법부 독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법대로 하겠다’고 이렇게 진행한 것 같은데, 지나치게 서두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가장 정치적인 판결이 되어버렸다.” 한 지원장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6만 페이지에 이르는 기록을 보지도 않고 사실상 재판연구관 보고서로 판결하는 관행을 온 국민에게 들켜버렸다. 대법원이 사법 불신을 자초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일을 변경한 데에는, 이 같은 비판이 외부는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분출한 영향이 컸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도대체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습니까? 법관(대법관 포함)의 독립성에 대한 대법원장의 침해가 이토록 노골적인 적이 있었습니까?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하여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합니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합니다(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같은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한 현직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형사책임을 묻거나 그를 탄핵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선거 개입의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해 중대한 의심을 초래해 죄송하다, 앞으로 선거관리를 중립적으로 하겠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6일 충북 증평군 증평장뜰시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선거법 위반 사건의 기일이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미뤄진 후에도 모든 논란이 해소된 건 아니다. 6월3일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장 이 공판을 진행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는데, 이 ‘소추’에 검찰의 기소뿐 아니라 재판 진행도 포함되는지 확립된 해석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월7일,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대선 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대선 직후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이 법안이 공포·시행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종료 시까지 선거법 재판뿐 아니라 이 후보가 받고 있는 5개 재판 모두 정지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후보 한 사람만을 위한 법을 만드는 ‘위인설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1995년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불소추특권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존재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94헌마246). 이를 고려하면, “이미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불소추특권의 취지에 맞게 미비한 법을 개정하는 것을 위인설법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법 개정 공감하지만 왜 지금에야…”

새로 개정된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판부 또는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헌재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황희 교수는 내다봤다. 만약 이런 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재판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헌재가 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앞서의 헌재 결정을 고려하면 역시 재판이 정지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재판 진행 여부뿐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재명 후보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뻔한 것은 소위 ‘골프 발언’ ‘백현동 발언’이 당선 목적으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는 혐의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행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유권자나 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며, 이로 인해 자의적 법 해석 및 집행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법 개정 이유를 밝혔다.

1994년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은 ‘후보자의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죄’를 처벌하도록 했다. 그런데 2000년 법 개정으로 이 범위가 확대됐다. 후보자뿐 아니라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대해,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 등’만이 아니라 ‘출생지·인격·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도 처벌받도록 한 것이다. 2015년 법 개정으로 이 중에서 ‘인격’은 삭제됐지만, 역시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은 ‘행위’ 조항은 살아남았다. 헌법재판소도 2021년 이 ‘행위’가 “후보자의 자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으로 한정”되기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5월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허위사실 공표죄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사IN 신선영

물론 그간 입법부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법 개정으로 ‘행위’를 삭제할 수 있었다. 여론을 의식해서든,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든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허위사실 공표죄는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시 당선무효에 더해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면 10년 박탈)하며, 심지어는 그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선거보전금까지 반환시키는 칼로 기능했다. 여기에 이번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이 지적했듯이 검사가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해 기소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의 의사는 결국 선거 결과를 통해 관철되는데, 이를 뒤집을 정도의 효과를 해당 법에 부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예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런 점에서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왜 지금에야 하느냐는 비판은 (민주당이)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앞서의 현직 판사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출신 김연식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오늘의 사태는, 정치가 스스로 선택한 규범이 어떤 구조적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성찰을 회피한 결과이기도 하다. 각자의 고의 한 스푼, 그리고 침묵 한 스푼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그렇게 완성된 구조화된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따라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는 면소 판결이 내려진다. 이번에 ‘행위’ 조항을 삭제하면, 이재명 후보를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조선일보〉는 이를 ‘입법의 사유화’라고 비난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행위 조항 삭제에 공감하고, 이것이 삼권분립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입법이다”라면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봤듯이, 결론이 옳더라도 절차와 시점도 중요하다. 재판 정지 입법을 먼저 하고 나서, 되도록 논란이 가장 덜한 시점에 허위사실 공표죄 관련 법 개정을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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