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즐겁다"… '먹을거리 천국' 전국 야시장 불 밝힌다

박은성 2025. 5.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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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모아 지역경제 활성화" 야시장 붐
부산 깡통시장·강릉 월화거리 명소로 등극
MZ세대 겨냥 하이볼·공연이벤트도 등장
전문가 "특색 살린 연계 관광 마케팅 필요"
이달 초 문을 연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 야시장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강릉시 제공

17일 해질 무렵 '강릉의 연남동'이라 불리는 월화거리. 기찻길을 걷어내 시민 휴식공간으로 단장한 이곳에 이동식 음식 판매장이 하나, 둘 등장하더니 야(夜)시장이 펼쳐졌다. 철판과 숯불에서 꼬치와 스테이크, 닭날개 구이가 불맛을 입고 먹음직스럽게 익어가자 사람들이 몰려든다. 강릉에서 이름난 짬뽕 순두부는 물론 베트남 국민간식인 반미와 쌀국수, 타코야키, 크루아상 등 이젠 제법 친숙해진 외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섰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최신혁(43)씨는 "강릉 특산물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즐기고 화려한 조명, 볼거리가 어우러져 대만 타이베이(臺北) 못지않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만이나 홍콩, 동남아 관광에서나 만날 수 있던 야시장이 전국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먹거리에 볼거리·즐길거리가 더해지고, 입소문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사람이 몰리면서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56곳이던 전국 야시장이 지난해 100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산과 대구, 구미 등지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며 올 여름에는 100곳을 넘어설 전망이다. 야시장이 없는 지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이 일고 있는 셈이다. 송화성 한림대(관광융합전공) 교수는 "해외여행이나 방송, 언론매체를 통해 해외사례가 많이 소개돼 제법 친숙해진 데다, 야간관광 수요가 늘면 체류인원이 늘 것이란 기대감으로 야시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통시장 방문 후기를 올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것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야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들의 방문이 자연스레 홍보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야시장의 원조는 부산 부평 깡통시장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장을 가득 메운 먹을거리, 볼거리가 입소문을 타며 하루 평균 3,000여 명, 주말이면 8,000여 명이 찾는 명소다. 자갈치시장과 용두산공원,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태종대를 비롯한 관광지와 인접한 지리적 요인에 메뉴개발 등 상인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올해는 무더위를 대비한 쿨링시설을 보강해 손님을 맞는다.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는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도 외지 관광객이 전체 방문객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지역경제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경북 구미 새마을중앙시장 일원에서 열린 달달한 낭만 야시장엔 3만 명이 몰려 반짝 특수를 누렸다.

강릉 월화거리 야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길거리 음식을 맛본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시 제공

이런 효과에 주목한 강원도는 지난해 6개였던 야시장을 올해 13개로 대폭 늘렸다. 10월 말까지 금·토요일 춘천과 영월, 평창, 태백에서 메밀 등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과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원주 우산천 골목상점가에는 20~30대에 인기가 많은 칵테일인 하이볼을 테마로 한 야시장도 등장했다. 강원도와 시군은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과 착한가격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특색 있는 먹을거리에 문화를 더한 야시장을 주제로 잡았다"며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울산과 충남 공주에선 수암한우야시장과 밤마실시장이 문을 열었다. 대전 문창시장은 23일부터 이틀 간 야시장 축제를 연다. 60년 전통을 이어오는 문창시장은 인근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홈구장(대전한화생명 볼파크)이 자리한 특성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다. 최근 달아오른 프로야구 열기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국 야시장이 선보이는 음식과 이벤트가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과 무더위에 대비한 위생대책도 필요하다. 몇몇 지역에선 지난해 외지 상인과의 마찰과 소음 민원, 바가지 요금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송 교수는 "야외가 무대인 만큼 날씨변수를 최소화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마케팅이 더해져야 야시장이 단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에서 개장한 달달한 낭만 야시장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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