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다가온 폐허, 다가올 폐허…가자戰 1년7개월 접경을 가다
IDF "민간인 겨냥 안 한다"지만…"하마스 활동하면 공습"
민간인 사상 불구 '하마스 가자통치 안 돼' 목소리
[텔아비브=뉴시스] 김난영 기자 = 2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의 기바트 코비 전망대. 높이 솟은 언덕을 오르자마자 우레처럼 둔중한 소리가 들렸다. 불과 1.5㎞ 거리의 국경 너머, 가자 지구에서 들려오는 포성이었다.
개전 1년7개월, 이스라엘은 '기드온의 전차' 작전 일환으로 가자 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재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도 소용없었다. 가자의 주민들은 몇 번째일지 모를 피란길에 올랐다.
포성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 너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밀집 구역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망대에 모인 방문객들이 흩날리는 연기를 손짓하며 나직이 말을 주고받았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가자에서 벌어진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8명(생존자 20명 내외)의 인질이 아직 가자 지구에 남아 있고, 잔여 인질 석방 및 종·휴전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맨눈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가자 지구의 폐허들이 비로소 뚜렷하게 눈에 담겼다. 뉴스로만 접한 전쟁의 참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스라엘에 있어 처음부터 이번 전쟁의 목적은 뚜렷했다. 10월7일 기습과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마스의 군사·통치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인도주의 원조 차단도 결이 같다. 하마스가 원조 물품을 군사 용도로 전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최근 한시적 원조 재개를 발표했는데, 지상전 재개로 인한 외교적 비난을 상쇄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표적이 분명하다고 해서 유탄의 방향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원조 통제는 가자 거주 민간인의 생계와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을 안겼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를 부인하지 않는다. 이날 만난 이스라엘군(IDF)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때마다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고의로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공격 전에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전단을 뿌리거나 드론(무인기)으로 현지 상황을 식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모든 공습 전에 국제법 변호사를 통해 적법 여부를 따진다고 했다.
그는 다만 "문제는 하마스가 민간인의 뒤에 숨는다는 것"이라며 민간 건물 및 인프라도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활동한다면 공습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포성과 연기는 계속됐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개전 이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누적 사망자 수는 5만35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IDF 관계자는 "가자에서 나오는 숫자는 하마스의 주장"이라며 집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 수가 많든 적든 민간인 사상자 발생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0월7일 기습을 겪은 이스라엘에서는 가자 지구 내 하마스 축출이라는 목표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마스 기습 최악의 현장인 노바 페스티벌 생존자 마잘 타자조(35)는 "테러 조직이 그들(가자)의 지도부로 계속 있는 한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이 우리를 파괴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자조는 하마스 대원의 공격을 받고 죽은 척 해 살아남았으나, 친구 두 명을 잃었다.
한동안 가자를 지켜본 뒤에는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를 방문했다. 이곳 역시 10월7일 기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당시 주민 400명 중 117명이 살해되거나 납치됐다.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니르오즈 키부츠에는 불타버린 집과 돌아오지 못한 인질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을의 주택 상당수가 파괴됐고, 주민들은 인근의 다른 키부츠로 터전을 옮겨야만 했다.
통째로 불에 타버린 니르오즈 키부츠 주택 곳곳을 둘러보는 순간에도 폭발음과 포성은 이어졌다. 인구 200만 명의 삶의 터전이었던 가자 지구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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