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원전으로 ‘정쟁’하는 대만 국민당
절차적·기술적 실현 의문에도
여론몰이하며 ‘재가동’ 강행 뜻
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확고하게 실행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국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탈탈원전’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여소야대’ 상황인 대만 입법원은 40년인 원전의 수명을 최대 20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핵시설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여러 언론들은 마치 대만이 탈원전에서 탈탈원전으로 돌아선 것처럼 이 사안을 보도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현 가능성을 외면한 채 탈탈원전을 ‘정쟁 도구’로 쓰고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탈원전은 현재 여당인 민진당이 2016년부터 추진해온 정책으로,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 총통은 이듬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당은 ‘에너지 불안’을 자극하며 이런 흐름에 반발해왔다. 2017년 8월 가스발전 고장으로 발생한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기사업법을 국민투표(2018년)에 부쳐 59.5%의 ‘반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정부는 40년인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원전을 시행했다. 이 정책에 따라 2018년 제1원전(진산 1·2호기), 2021~2023년 제2원전(궈성 1·2호기)이 순서대로 문을 닫았고, 지난해 제3원전(마안산) 1호기에 이어 ‘마지막 원전’이 된 2호기가 이번에 문을 닫았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 12월에 이뤄진 제4원전(룽먼 1·2호기) 재가동에 대한 국민투표에선 ‘가동 반대’(52.3%) 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 위태롭긴 하지만 탈원전 여론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국민당이 원전 수명연장법으로 원전을 재가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열긴 했지만,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법적 절차, 기술적 과제 등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원전 운영자가 수명 연장을 신청해야 하는데, 쩡원성 대만전력공사 회장이 한겨레에 “탈원전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밝히는 등 대만전력공사는 원전 재가동에 뜻이 없다. 수명 연장을 신청하더라도 정부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미 수명연한을 지난 시설들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셰즈청 국립대만대 교수(생물산업)는 한겨레에 “탈원전에 대한 민진당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데다 기술적으로도 노후 설비를 정비하는 데만 3~7년이 걸리기 때문에, 원전 재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당은 올해 8월 ‘원전 재가동’ 뜻을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셰 교수는 “실질적으로 재가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전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연합 대만녹색공민행동연맹(GCAA)의 추이쑤신 비서장(사무총장)은 “가장 최근 폐쇄된 마안산 2호기를 재가동하더라도 대만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탈탈원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국민투표에서 “지진 우려가 큰 국민들이 안전을 담보하면서까지 원전 재가동에 찬성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지방정부의 반발도 큰 걸림돌이다. 마안산 원전이 위치한 핑둥현의 저우춘미 현장은 19일 한겨레에 “원전 수명연장법은 원전 지역과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폭력적인 법안”이라고 말했다. “원전 재가동은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간 추진해온 핑둥현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미래과학 산업 육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 전체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1.1기가와트(GW)로, 대형원전(1GW) 21개 규모에 달한다. 핑둥현만 해도, 원전 폐쇄에 맞춰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추진해온 결과 마안산 2호기 설비용량(1GW)보다 더 큰 1.4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을 확보해놓고 있다.
타이베이·핑둥/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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