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40차례 언급한 이준석…‘사람 사는 세상’은 쏙 빼놓고

이승욱 기자 2025. 5.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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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계속되는 이준석의 노무현 소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19∼20일 광주에 머물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20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2002년) 광주 유세를 기점으로 노무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광주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전남대 후문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9번이나 언급하며 “자신의 정치 행보가 노무현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1%대였던 노무현 대통령을 세워준 곳이 광주입니다. 광주에서 민주당 경선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감 있는 모습, 진정성 있는 모습이 인정받았고 그 결과로 노무현 신화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지금의 광주 시민도 대세론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달라는 말씀 하고 싶습니다.”(20일 광주 지역언론인 간담회 뒤)

“(험지에서)항상 도전적으로 살아왔고 솔직하게 정치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해도 제가 살아온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일 전남대 후문 집중유세)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지난 13일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 집중 유세 때도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무려 19차례 언급했고, 13일 부산 집중유세에서는 12차례 언급했습니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앞세워 영호남 지역 선거 유세를 한 것입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원래 노 전 대통령을 평소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에게 정치는 말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설을 잘하는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소신을 따른 것처럼 자신도 국민의힘이라는 기성 정치세력에서 나와 소신 있는 정치를 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도 했습니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이 후보가 ‘노무현’을 호명하는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려는 목적이 더 커 보입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이 후보의 말 뒤에는 이재명 후보가 2022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는 얘기가 따라붙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후보 입장에선 험지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계속 낙선했고 2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험지인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자신의 정치 행보와 대조하는 식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국회의원 출마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 때문이라는 점도 덧붙입니다.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노 전 대통령을 정치 공세에 이용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준석 후보의 노무현 정신 계승 발언이 비판받는 부분은, 그가 내놓는 정치적 메시지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상대적 약자를 위한 발언과 정치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자신의 지지층인 20∼30대 남성의 표심을 공략하는 발언과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차이는 ‘여성’ 정책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됐고 성인지 예산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할 때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가부가 있어서 좋을 것은 일부 여성단체 카르텔밖에 없다”며 비판했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 부처 효율화 공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했고, 임기 말에는 장애인계에 무심했다며 1·2차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을 만들었지만, 이 후보는 자신은 ‘할 말을 하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며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를 비판한 일화를 언급했습니다.

신인규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의 비전을 가졌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목적 그 자체라는 인식 하에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애쓴 대통령”이라며 “반면 약자와 싸우며 승리를 포효하는 (이준석 후보)모습은 강약약강의 비겁함 그 자체”라고 썼습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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