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지역 건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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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경기에 지역에서 건축사로 살아남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수록 지역 건축사들이 기댈 수 있는 건 하나다.
공공건축 설계 공모는 지역 건축사에게 거의 유일한 기회의 창이다.
그런데도 많은 지역 건축사는 묵묵히 다음 공모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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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경기에 지역에서 건축사로 살아남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민간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입찰 건도 눈에 띄게 줄었다. 리모델링이나 수선 위주의 소규모 작업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예산 조정과 일정 연기로 불확실성이 크다. 계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고, 설계비를 줄이려는 분위기 역시 강해지고 있다. 이럴수록 지역 건축사들이 기댈 수 있는 건 하나다. 바로 공공건축 설계 공모다.
"요즘 뭐 하세요?"
"공모 준비 중이에요."
"또요?"
설계 공모에 도전해 본 이라면 익숙한 대화다. 공공건축 설계 공모는 지역 건축사에게 거의 유일한 기회의 창이다. 아이디어와 도면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당선만 된다면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확보할 수 있고, 지역 사회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준비해도, 결과가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공모에 참여한다는 건 곧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째로 수행하는 것과 같다. 기획, 설계, 다이어그램, 설명서, 조감도, 패널까지 사무실 전체가 2-3주 동안 몰입해야 한다. 특히 모델링, 렌더링, 보고서 작성, 출력 등 모든 과정이 선투자된다. 외주를 쓰면 비용이 들고, 여유가 없으면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한다. 한마디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때로는 혼자서 무대까지 꾸며야 하는 숙명 같은 일이 설계 공모다. 한 건을 준비하는 동안 사무실의 다른 업무가 밀리기도 하고, 사람의 체력과 의욕도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그런데도 많은 지역 건축사는 묵묵히 다음 공모를 준비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자기 발전이 곧 경쟁력이고, 그것이 바로 건축사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공모는 단순히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다시 묻는 과정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나 조건에서 벗어나 오롯이 건축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 반복되는 도전 속에서도 우리는 설계자로서의 감각을 가다듬고, 머릿속 생각을 구체화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시간 낭비라 할지 모르지만, 결국 이 경험들이 하나둘 쌓여 자기만의 언어와 관점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좋은 설계는 언젠가 누군가의 눈에 띈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거나 의외의 연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제안서 하나로 다른 프로젝트에 초대받기도 하고, 당선작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실현되지 않은 도면이 다음 프로젝트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손해만 보는 일은 아니다.
지역에서 건축을 한다는 건 때로는 기다림과 반복의 연속이다. 탈락의 아쉬움을 안고도 다시 도면을 펴고, 지침서를 읽는다. 밤을 새운 작업을 다시 열어보고, 피드백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다듬는다. 단단한 실무력은 물론이고, 의지와 꾸준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가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건축사로, 조금 더 단단한 전문가로 성장해 간다.
공공건축 설계 공모는 단순히 일감을 따내는 경쟁이 아니다. 그 과정은 곧 건축사로서 자신을 키워나가는 시간이며, 그 성장은 언젠가 반드시 결과와 보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다시 설계를 시작한다.
나는 건축사로 살아간다. 신동기 종합건축사무소 지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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