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들어온 스테이블코인…“적절한 감독제도 필요”[경제밥도둑]

김지환 기자 2025.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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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 이미지. 테더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홍콩의 한 핀테크 회사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국내에서 내놨다. 보통 체크카드처럼 스테이블 코인이 들어 있는 디지털 지갑에서 실시간으로 스테이블 코인이 빠져 나가는 방식이다.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비자 가맹점이라면 음식점, 스타벅스 등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도 아니고 페이 결제도 아닌 ‘코인’으로 실생활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자고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달러 패권’ 유지 수단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힘을 싣고 있다. 새로운 결제 방식 등장에 한국은행 등에선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면 금융안정, 통화정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페이 결제 등 간편 결제 수단이 이미 보편화한 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처음 등장한 스테이블 코인은 예를 들어 ‘1코인=1달러’처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이다. 가격 유지 방식에 따라 달러 등을 준비자산으로 쌓는 준거·담보형과 알고리즘형으로 나뉜다. 준거·담보형도 준비자산 유형에 따라 법화 준거형, 가상자산 담보형 등으로 구분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달러를 기반으로 한 법화 준거형이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2373억달러) 중 98.1%(2327억달러)가 법화 준거형이며 법화 준거형 중 99.6%가 달러 기반이다. 테더(USDT),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알고리즘형은 프로그래밍된 공급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알고리즘형은 2022년 상반기 발생한 ‘테라 사태’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현재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국내 실생활에서도 쓰일 수 있지만 외국환을 사용할 때 가장 이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스테이블 코인은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에 기반해 중개기관(금융사) 개입 없이 지급결제를 할 수 있어 해외에서 환전하지 않아도 되고, 해외 결제 시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해외 송금 시 시간도 단축된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자의 경우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대금결제 서비스를 실험 중이며 국내외 은행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기반한 국제 송금서비스 제공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2배가량 느는 등 스테이블 코인이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엔 달러 패권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대다수가 달러, 미국 국채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패권 유지 수단이 될 수 있다. 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와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이 보유한 미 국채를 합하면 한국의 미 국채 보유량과 비슷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해외 주요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범위를 법화 준거형 이외의 유형까지 넓히되 촘촘한 이용자 보호를 하고 있다. 일본은 법화 준거형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보수적인 준비자산 규제(요구불예금 100%)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발행액 전부를 현금, 예금, 미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법안(지니어스 액트)을 추진 중이다. 최근 이 법안은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다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논의에 참여 중인 한국은행은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어 이용이 확대될 경우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하면서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외부 충격으로 코인 투매가 발생하면 관련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8일 경제 유튜버 대담에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허용될 경우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 코인 감독제도 부재는 금융시스템, 불법거래 관련 다양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발행인 적격, 발행 요건, 가치 안정성, 환급 가능성, 외국환거래 모니터링, 규제집행 가능성 등을 고려한 감독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화된다 해도 일상적 금융거래 시 광범위하게 쓰일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나온다. 신상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카드, 간편결제, 계좌이체 등 다양한 지급수단이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해 대안적 지급수단으로서 스테이블 코인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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