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제각각…쓰레기 분리배출 30년됐지만 아직도 ‘혼돈’

박태진 2025.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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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쓰레기 분리배출 규정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버리는 시민도 분리하는 업체도 난감
재활용에도 악영향…물질재활용률 절반도 채 안돼
분리배출 대행 업체도 등장…업종 규정 마련해야
‘규정 재정비’ 목소리…생산단계서 노력도 필요

[이데일리 박태진 정윤지 기자] “그쪽 동네에선 운동화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요? 저희 아파트는 (재활용 수거함에)따로 배출해요.”

생활폐기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분리배출 기준이 각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구에선 고무장갑, 운동화 등은 PP봉투(태워서는 안되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반면 마포구는 소각이 가능한 종량제 봉투에 분리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민들은 분리배출 때마다 ‘멘붕’(멘탈붕괴)이 일어난다는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강남구에선 한 시민이 분리배출 규정을 잘 모른채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렸다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는 하소연까지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앞서 분리배출 제도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될 때 함께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도 분리배출이 힘든 이유는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기초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변경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동네마다 오락가락 분리배출 기준이 적용돼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어려워하는 만큼 그 여파도 만만찮다. 분리수거 업체들도 시민들이 대충 버린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는 생활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수거해오면 선별작업 후 재활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대충 섞어서 버리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플라스틱, 캔 종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섞여서 들어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는 결국 재활용률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제대로 쓰레기 분리배출이 되지 않으면 재활용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생활(가정) 폐기물은 1669만 2057t(톤)이 발생했고 재활용된 양은 985만 5080t으로 나타났다. 재활용률은 59%다. 또 소각되는 비율은 29.5%, 매립되는 비율은 10.7%였다. 다만 원료 그대로를 가공해 제품을 새로 만드는 물질 재활용 비율은 46.2%로 전체 가정 폐기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대행해주는 스타트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아직까지 제도권에 있지 않은 탓에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30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에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규정 및 프로세스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자원의 선순환 구조 차원에서 시발점인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분리배출이 용이한 재질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시행하고 있는 플라스틱, 병, 캔 등에 대한 회수기 도입을 통해 재활용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에서 가이드라인이 공식적으로 나오면 분리배출 지침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제품을 검색하면 분리배출 요령을 알려주는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누리집’을 오는 9월께 개설할 예정이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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