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아닌 기업승계로…기업 이어 신산업 전환 도와야
중기 승계 종합 지원, 신산업 전환 촉진할 특별법 제정 필요
‘가업’ 승계를 ‘기업’ 승계로 바꿔야
제3자 승계, M&A 등 확대 지원 등 포함 필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밀폐용기 전문기업 ‘락앤락’, 손톱깎기 회사이자 강소기업으로 유명했던 ‘쓰리세븐’, 종자·묘목생산 국내 1위 기업 ‘농우바이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회사 승계에 어려움을 겪어 회사를 매각한 사례다.
중소기업이 늙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의 고령화는 곧 승계 문제와 직결된다. 상속에 따른 부담이 커져 폐업을 택하거나 싼값에 외국자본에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 국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중소기업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발등에 불 떨어진 ‘승계’…높은 사후요건 관리 완화 필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은 55.4세로 2022년 대비 0.1세 증가했다. 60~69세 비중은 30.3%로 2022년(33.5%) 대비 다소 줄었지만 70대 이상 비율이 6.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2년 70대 이상 비중은 4.4%, 10여 전인 2013년에는 2.7%에 불과했다. 60대 이상 비중이 10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고도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베이비 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가 고령인구로 편입하면서 승계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현 제도 하에서 승계가 너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부담은 역시 ‘세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16일까지 600명의 중소기업 대표 및 임원, 가업승계 후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0.0%가 상속·증여세에 큰 부담을 느꼈다. 63.3%는 세제 지원 개선이 도움이 된다고도 답했다.
높은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승계를 받았더라도 사후관리를 하지 못하면 세금을 추징해야 하는데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사후관리를 못해 추징된 세금은 541억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5년 동안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의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53.8%)가 높았다. 현재 표준산업분류표상 대분류 내에서만 업종 전환이 가능하다. 가령 제조업을 하는 회사였다면 제조업 내에서는 전환이 가능하지만 건설업으로의 전환은 제한된다. 기업을 승계받은 2세가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산업에 진출할 수 없는 구조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서비스 융합 시대에 기본적으로 업종 제한은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며 “정책자금 지원이 금지되는 부동산 임대업이나 금융업 등을 제외하고 최소한 관련 산업이라면 업종 전환이 가능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은 승계받은 기업의 고용도 유지해야 한다. 상속 개시일로부터 5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전체 평균의 90% 이상을 유지하거나 총급여액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승계 이후에는 정규직 직원을 10% 이상 감원하거나 임금을 10% 이상 삭감하면 안 된다. 추징 세금 가운데 고용 의무 위반이 246억 20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추 본부장은 “승계에 혜택을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기 때문에 고용 유지는 기업이 지킬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동향에 따른 업황 등의 문제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특정 기간 내 임금 평균 등을 따지는 식으로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업승계가 아닌 기업승계로 개념을 확장해야 하는 주장도 있다. 경영권 이전을 가족 구성원(가업)에 뿐만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나 인수합병(M&A)까지 확대해 기업 및 고용의 연속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실제 자녀 승계를 계획하지 않는 경우 가장 많은 대표(25.3%)가 전문 경영인 영입을 계획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의 32.2%는 임직원 혹은 M&A를 통한 제3자 기업승계를 선호했다. 차순위로 매각(21.1%)을 계획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기술과 판매망, 고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중소기업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은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시계가 안갯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계 세제를 조세법에서 정하고 있어 중소기업 현실 반영이 요원하다.
독일 및 일본 등에서 상속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 중인 것과 대별된다. 독일은 연방경제부·국책은행·연방상공회의소·지역은행 등이 참여하는 ‘넥스트 체인지 프로그램’이라는 승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넘겨주고자 하는 사업자와 인수할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무료 온라인 플랫폼이다.
일본은 2020년 개정한 ‘경영승계원활화법’을 근거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사업승계 지원세제 운영, 신용보증 확대 등 금융지원과 함께 사업인계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승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는 “중소기업 간 M&A는 기업승계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간 과밀·과당 경쟁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구조조정”이라며 “기업 간 M&A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 승계로 정책 대상을 넓힐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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