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짜 꽃 달고 진짜 꽃을 말하다

정진수 기자 2025. 5.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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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곳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핀 장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미는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이면 꽃이 다 집니다. 하지만 그 짧은 아름다움 속에 수년의 기다림과 정성 어린 돌봄이 담겨 있습니다."

경기 고양국제꽃박람회는 4월25일 이동환 고양시장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붉은색 장미와 하얀색 꽃마리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꽃잎을 만지자 생기 없는 거친 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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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곳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핀 장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미는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이면 꽃이 다 집니다. 하지만 그 짧은 아름다움 속에 수년의 기다림과 정성 어린 돌봄이 담겨 있습니다.”

경기 고양국제꽃박람회는 4월25일 이동환 고양시장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개회사와 맞추기라도 한 걸까. 그의 왼쪽 가슴에는 붉은색 장미가 꽂혀 있었다. 이날 참석한 수십명의 귀빈들도 마찬가지였다.

개막식이 시작하기 전 박람회 관계자들이 종이박스에 담긴 코르사주를 귀빈들에게 나눠줬다. 너저분하게 담겨 있는 모습과 부자연스러운 색감에 설마 조화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개막식이 끝난 후 귀빈석 일부 의자에 버려진 코르사주가 있었다. 냉큼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붉은색 장미와 하얀색 꽃마리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꽃잎을 만지자 생기 없는 거친 질감이 느껴졌다. 조화가 틀림없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화 수입량은 5010t으로 이 중 98.3%가 중국산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도 없다. 수입 꽃은 식물검역을 거치기 때문에 비교적 까다로운 반면 조화는 식물검역도 필요없다. 그야말로 무풍지대다.

수입되고 나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22년에는 조화에서 단쇄염화파라핀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다. 또한 버려지는 조화를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대두됐다.

특히 조화 화환은 단속도 불가능하다. 12일 충남 태안·서산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의 재사용 미표기 화환 단속에 동행했다. 장례식장 단속만 진행하기에 의아했다. 예식장 단속은 왜 안하느냐는 질문에 서용일 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관련법상 생화만 단속할 수 있는데, 예식장에 들어가는 축하 화환은 조화 화환이 대부분이라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 화환이 망가지지만 않으면 수십번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고양국제꽃박람회 누리집에는 “박람회는 FTA 등으로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화훼농가들과 꽃을 사랑하는 고양시민, 꽃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축제의 장”이라고 소개돼 있다. 100석가량의 귀빈석 중 화훼농가를 위한 좌석은 고작 3석. 남은 자리는 도의원·시의원·기관장들이 메웠다.

가슴팍에 달린 파리한 장미들 속에서 진심은 찾을 수 없었다. 특별한 날만이라도 농가가 ‘수년의 기다림과 정성 어린 돌봄’으로 키워 온 ‘진짜 꽃’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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