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뒤 이 날만 기다렸다”…미국 유권자 5만명 재외투표 시작

한국에선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지만 재외투표는 20일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각), 미국 동부 지역에서부터 투표소들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평일 오전이지만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졌다. 통상 주말에 사람이 몰리지만 이번 주말부터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앞당겨 투표장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유권자에게서 ‘나라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오전 9시께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황성희(47)씨는 계엄 사태 이후 투표 날만 기다렸다고 했다. 한국에서 사회 과목 교사를 했던 황씨는 “외국에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투표뿐이다. 만사 제쳐놓고라도 투표는 해야겠다고 생각해 (지난달 재외선거인 등록이 시작된) 첫날 바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 헌법 1조를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게 했다는 황씨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져 위기의식이 높아진 채 시간을 보냈다”며 “책임감 있는 분이 지도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날만 기다린 건 황호진(41)씨도 마찬가지다. 첫날 바로 등록했다는 황씨는 아이들을 학교 보낸 뒤 곧장 투표장을 찾았다. 황씨는 “빨리 나라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첫 투표라는 홍수연(26)씨도 “인생 첫 투표를 한국 밖에서 하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며 “빨리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침 일찍 왔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30대 남성 유권자는 “OO당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재외투표는 이날부터 엿새간 미국 전역에 마련된 37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재외투표 유권자 수는 총 25만8254명이다. 지난 제20대 대선과 비교하면 14.2% 증가, 제19대 대선과 비교하면 12.3% 감소한 수치다. 국가별 재외유권자 수는 미국이 5만1885명으로 가장 많다. 일본 3만8600명, 중국 2만5154명이 뒤를 이었다.
재외투표지는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회송되어 국회 교섭단체 구성 정당이 추천한 참관인이 입회한 가운데 등기우편으로 관할 구·시·군 선관위로 보낸다. 선거일 투표 종료 뒤 국내 투표와 함께 개표한다. 이번 대선에서 주미국대사관 관할지역의 등록유권자는 4272명으로 2022년 대선 때의 4254명보다 소폭 늘었다. 당시 투표율은 70.38%였다.
알렉산드리아(미국 버지니아주)/글·사진 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노상원의 ‘YP 작전’…윤석열 검찰총장 때부터 대선 계획 짰다
- [단독] 윤석열 몰랐다는 노상원 “대통령이 나만 경례…내가 이런 사람”
- 이창수 왜? “감찰 피하려 선제적 사표” “윤석열 난파선 탈출”
- ‘김문수’ 대신 “우리 국힘 후보”…한동훈 ‘미적지근한’ 지원
- 김건희 수행비서, ‘샤넬백’ 더 비싼 걸로 바꿔…검찰, 사실 확인
- 김문수의 10억 보상금 거부 논란, 진실은? [팩트 다이브]
- ‘배우자 토론’ 제안에 “김건희는?…국힘 경선 때도 하지 그랬나”
- 박지원 “홍준표, 하와이 가선 넥타이까지 바빠…다음 국힘 당권 먹을 것”
- 김문수 “난 총 맞겠다…방탄유리 필요한 사람이 대통령 돼서야”
- 전남대 학식 먹은 이준석 “5·18 정신 계승”…“당신은 혐오다” 반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