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커피 성지' 따로 있다... 국내 1등 바리스타 부산 간 이유는
편집자주
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입에 물을 머금고 그다음에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들이켜 보세요.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그냥 마셨을 때보다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부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커피전문점 '에어리커피'의 임정환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커피 음용법이다. 그가 권하는 대로 한 모금을 들이켰다. 첫 모금에 쨍하게 과실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쓴 음료'라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편견을 깨는 달콤한 향미도 혀에 감돌았다. 부산 출신인 임정환 바리스타는 지난해 전국 바리스타 챔피언십(KNBC) 우승자이자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5위 수상자다. 그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먼 타지서부터 에어리커피를 방문한다.

부산이 '커피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 출신 바리스타들이 커피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입소문을 탔고,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커피 중심지로 거듭났다. 지리적 요건도 갖췄다. 부산항은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커피 90% 이상이 통관된다. 이 덕분에 신선한 원두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공수한다. 지하철로 30분이면 유명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을 돌아볼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부산 커피 신흥 주자 영도
부산 커피 열풍 '모모스커피'



부산 커피 열풍의 발원지는 2007년 금정구 부곡동의 '모모스커피'다.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2019년 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커피애호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2021년 부산 영도구에 영도점을 냈다.
옛 선박 창고에 자리한 모모스커피 영도점에서는 출하된 생두를 로스터리에 볶는 로스팅부터 원두를 갈아서 커피로 내리는 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홀과 바 주위로 대형 로스터리 설비를 설치해 커피 공장과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부두를 향해 출입구가 뻥 뚫려 있어 항구도시의 감성도 즐길 수 있다.
영도점에서만 판매하는 '모모스 맛사탕'은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특별 메뉴다.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유자 제스트를 넣은 설탕 조각이 섞여 있다. 한데 섞어도 커피, 우유, 사탕, 시트러스의 향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다.
모모스커피는 네 종류의 상설 시그니처 블렌드(에스쇼콜라, 프루티봉봉, 부산, 므쵸베리)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바뀌는 시즈널 블렌드, 넓은 폭의 싱글 오리진 원두 커피를 제공한다. 산미를 꺼린다면 견과류 같은 고소함이 특징인 에스쇼콜라와 부산 블렌드를, 산미를 즐긴다면 향긋한 과실향이 특징인 프루티봉봉과 므쵸베리 블렌드를 추천한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잘 모른다 해도 문제없다. 커피를 시향할 수 있도록 작은 유리병에 분쇄 커피를 소분해놨다.
지난해 바리스타 우승자 '에어리커피'

부산 영도구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중구 중앙동으로 넘어가면 임정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에어리커피가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 중앙역 바로 앞에 4층짜리 건물을 통째 사용한다. 에어리커피에서 맛봐야 할 메뉴는 전국·세계 대회에서 사용되는 원두와 기법으로 만드는 ‘컴퍼티션 시리즈’. 에스프레소와 농축유 라테 두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임 바리스타에게 우승의 영예를 안겨준 ‘콜롬비아 CGLE 라스 마가리타스 수단루메 내추럴’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CGLE 라스 마가리타스 농장에서 수확한 수단루메 품종의 열매를 자연 건조한 원두라는 뜻이다.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직접 자리로 가져다주며 커피의 산지, 특징, 최적의 음용법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준다.
에어리커피의 에티오피아 '타미루 알로 언에어로빅 내추럴' 원두도 추천할 만하다. 맑고 섬세한 맛이 특징이다. 에티오피아산 원두 특유의 베리향을 시작으로 가벼운 효모향이 뒤따른다. “커피의 농도가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향미가 온전히 느껴지도록” 가볍게 추출하는 것이 에어리커피의 특징이다.
커피와 전통 차 사이 '연경재'


에어리커피에서 남쪽으로 3분 만 걸어가면 ‘연경재(聯經齋)’가 있다. 독특한 조적 외벽 덕에 쉽게 눈에 띈다. 임정환 바리스타가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커피전문점보다는 전통찻집을 연상시키는 상호처럼 전통과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聯)’ 공간을 추구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주력이지만 ‘무알코올 고흥 유자막걸리’나 ‘광양 황매실차’ 등 다양한 전통 음료와 차도 구비돼 있다.
시그니처 블렌드 ‘7:01AM’은 이른 아침에 마시기 좋은 묵직한 커피를 표방한다. 기본적으로 산미가 적은 콜롬비아, 과테말라, 인도산 원두를 강하게 볶아 고소한 맛을 극대화시켰다. 질감은 커피지만 향은 견과류를 잔뜩 올린 초코 음료 같다. 강배전 커피지만 씁쓸한 맛은 거의 없고 곡물 차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다.
연경재의 커피와는 디저트를 곁들이길 권한다.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중에서 눈에 띄게 디저트에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이다. 항아리 초콜릿 안에 크림과 부재료를 채운 앙증맞은 케이크가 대표 메뉴인데 커피와 궁합이 좋다.

부산 원조 카페거리 서면
부산 스페셜티 1세대 '블랙업커피'


부산 커피 신흥 주자들이 중구와 영도구 일대에 들어섰다면 부산 서면(전포)에는 전통적인 카페거리가 있다. 부산 스페셜티 1세대인 '블랙업커피'는 스페셜티 커피가 생소했던 2006년 문을 열었다. 20년 가깝게 커피 중심지를 지키고 있는 블랙업커피는 상설 시그니처 블렌드 2종(네로·모노) 모두 산미 없는 카카오향 커피를 지향한다.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바뀌는 시즈널 블렌드 ‘이고’를 통해 화사하고 개성 있는 커피도 선보이고 있다.
부울경 지역 전역에 9개 매장이 있지만 본점인 서면점에서만 '이고 시그니처'를 마실 수 있다. 이고 블렌드 커피를 베이스로 블렌드의 특징을 극대화시킨 무알코올 칵테일이다. 이고 블렌드 커피는 어느 매장에서든 주문할 수 있지만 이고 시그니처는 오직 본점에서만 취급한다. 윤희라 바리스타는 “시그니처 음료를 맛보기 위해 시즌 블렌드가 바뀔 때마다 일부러 본점을 찾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바 테이블에 착석하면 바리스타가 바로 앞에서 음료를 제조한다. 이 재료는 왜 넣는지, 어떤 기법을 쓰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향과 맛이 쌓여 가는 과정을 천천히 이해하는 것이 시그니처를 음미하는 첫걸음이다. 시트러스와 열대과일향이 특징인 현 시즈널 블렌드 ‘스무 살’ 베이스 시그니처에는 유자, 코코넛, 레몬제스트가 가미됐다. 물보다 커피 추출이 더딘 코코넛워터로 커피를 내리기 위해 침출식(원두를 물에 담그는 기법)으로 추출한다.
바리스타와 담소 '먼스커피바'


서면 상권 외곽에 있는 '먼스커피바'는 바 테이블이 중심이다. 통상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바 테이블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이곳은 바 테이블 좌석이 다 차고서야 홀 테이블이 차기 시작한다.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와 가벼운 담소를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오로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스커피바를 운영하는 문헌관 바리스타는 2022년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WCTC)’ 우승자 출신이다. 문 바리스타는 '먼스 플래터'를 만들어 매달 다른 원두를 선정해 에스프레소, 라테, 필터커피 3종을 선보인다. 추출 방식에 따라 같은 원두여도 향미의 진폭이 크다.
바닷가에서 즐기는 커피



부산까지 와서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면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지점에 ‘히떼로스터리’(광안점)가 있다. 전통 카페거리인 전포에 가장 먼저 문을 연 뒤 부산 곳곳에 매장을 열었다. 이곳의 필터커피는 전 지점에서 동일한 블렌드·원두를 맛볼 수 있지만 에스프레소는 지점마다 조금씩 다르다. 공통적으로 가정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와 생두의 개성을 살린 약배전 로스팅을 추구한다.
시그니처는 에티오피아 원두 3종을 블렌딩해 상큼함과 달콤함이 포인트인 ‘에티오피아 플라워 블렌드’, 화사한 커피와 고소한 커피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이, 히떼 블렌드’, 히떼 블렌드보다는 개성있고 플라워 블렌드보다는 차분한 ‘후쿠오카 블렌드’다. 광안점에서만 모든 원두를 시향해볼 수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오아스로스터스'도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커피전문점이다. 10여 종에 달하는 원두를 취급한다. 커피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들도 있다. 대표 품종인 '게이샤' 커피가 들어간 '게이샤 티라미수'와 '게이샤 젤라또'가 인기다.

부산=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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