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름 사방팔방... 위험한 ‘학교 급식실’ [현장, 그곳&]
조리사 1명당 ‘125명분’… 고강도 작업에
환경도 열악… 매년 부상 사고·이탈자 증가
인천시교육청 “안전교육 등 방지 대책 마련”
“1명이 100인분이 넘는 음식량을 2~3시간 만에 만드느라 서둘러야 하니 넘어지거나 뜨거운 곳에 데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20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지역 한 중학교 급식실. 점심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조리실무사 8명이 야채를 다듬고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출근 인사를 나누고는 곧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점차 서로 간 나누던 대화도 줄어들었다.
한참 재료를 다듬은 조리실무사들이 오전 10시께 본격적인 급식 준비에 들어가자 상황은 더욱 정신없이 바빠졌다.
이날 메인 메뉴는 돈가스로, 조리실무사들은 1천 장이 넘는 돈가스를 쉴 새 없이 튀기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뜨거운 튀김 기름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작업장 바닥이 기름 때문에 미끄러워 졌지만 조리사들은 연신 물을 뿌린 뒤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미끄럼질치며 급식실 안 이곳 저곳을 누볐다.
조리실무사 A씨는 “음식을 밟거나 기름 투성인 바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시로 넘어진다”며 “특히 배식을 앞두고는 더욱 바빠져 위험한 상황이 더 자주 온다”고 불안해했다.
조리실무사들은 1천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큰 삽을 휘저으며 요리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수시로 삽을 들고 돌리는 작업이 너무 힘들어 이들의 몸 곳곳은 파스로 도배가 되기 일쑤다.
고된 작업은 최근 들어 더욱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이곳은 학생 1천여명이 재학 중인 학교라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에 따라 10명이 일해야 한다. 하지만 힘든 일을 이기지 못해 이탈자가 생겼고 이를 충원하지 못해 현재 8명이 근무 중이다. 1명당 125명분의 급식을 감당하는 셈이다.
경력 3개월차 조리실무사 B씨는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 줄 알았으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조리실무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부상률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무직 직종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인천 조리실무사들의 산업재해 건수는 2022년 105건, 2023년 134건, 2024년 20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이런 부상 등으로 조리실무사들이 이탈하면 남은 사람들끼리 급식을 책임져야만 해 냉동식품 비중이 늘어나고 급식 질 저하가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은수 양산부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조리실무사들은 한정된 시간에 쫓기듯 일해 부상률이 높다”며 “또 인력이 적어 자신이 빠지면 안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산재를 신고하지 않는 노동자 또한 상당해 실제 부상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실 환경 개선과 인력 충원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실무사들 부상을 줄이기 위해 매 분기별로 안전 교육을 하고 있으며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장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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