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와 막걸리, 이 전시에 취한다

부산/허윤희 기자 2025. 5. 2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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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점 정연두展
블루스 음악과 발효 리듬 교차한
영상, 사진 등 미디어 아트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영상.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스크린 속에서 느슨한 블루스를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끈적끈적한 블루스가 귀에 감긴다. 콘트라베이스,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으로 구성된 다섯 뮤지션은 각각 스크린 5개 안에 있다. 작가는 다른 장소에 있는 연주자들에게 67bpm의 속도와 간단한 코드만을 제공한 뒤, 각자 자유롭게 해석한 연주를 들려달라 요청했다. 따로 찍은 이들의 연주가 전시장에서 흐르고 섞이며 하나의 합주로 공명한다.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 연주자들이 각각의 스크린 속에서 연주하는 영상. 따로 찍은 이들의 연주가 전시장에서 흐르고 섞이며 하나의 합주로 공명한다. /뉴시스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시장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연두 작가. /뉴시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풍경이다. 또다른 핵심은 곳곳에 설치된 발효 영상. 막걸리 기포가 터지는 박자에 맞춰 드럼이 울리고, 사워도우 반죽은 색소폰 소리와 함께 부풀어 올랐다가 꺼진다. 작가는 “세상 모든 게 썩어 없어진다고만 생각하면 얼마나 삭막하겠나. 가끔은 상큼한 향을 내는 알코올로 되살아난다는 게 발효의 매력”이라며 “블루스 역시 슬픈 얘기를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지점에서 발효와 블루스를 연결했다”고 했다.

정연두, '피치 못할 사정들'(2025) 스틸 이미지. 한국에 이주한 고려인 청년의 사연을 천 위에 적었다. /국제갤러리

노랫말은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사연으로 만들었다. 본래 조상의 땅이었던 곳에 돌아왔지만, 또 다른 이방인이 돼버린 이들의 이야기. 작가는 안산에 사는 고려인 청년들을 인터뷰해 가사에 실었고, 보컬리스트는 이들의 사연을 기타 치며 느릿느릿 반복해 부른다.

정연두, '바실러스 초상 #5'(2025). 메주가 발효할 때 하얀 거품이 피어오른 순간을 포착했다. /국제갤러리
정연두, '은하수'(2025). 검은 대리석 위에 밀가루를 흩뿌려 만들어낸 이미지다. /국제갤러리

벽에는 하얀 거품 피어오른 메주 사진이 줄줄이 걸렸다. 광활한 우주의 은하수 같은 사진은 알고보니 검은 대리석 위에 흩뿌린 밀가루란다. 미생물의 신비로운 작용을 우주로까지 확장한 작가 특유의 유머다. 블루스와 막걸리, 인생에 취한다. 7월 20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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