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배 어디 없나요… 드라마 속 인기 ‘어른 캐릭터’

최보윤 기자 2025. 5. 2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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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든든한 기둥이 되는 선배 구도원
‘신병3’ 병사 위해 희생하는 중대장
‘당신의 맛’ 15년차 국밥집 셰프 등
요새 보기 힘든 어른 캐릭터 화제
“보듬어 줄 존재 바라는 욕구 반영”

“돈에만 미친 놈들이 음식을 만들어? 팔아?”

지난 12일 방송된 ENA 드라마 ‘당신의 맛’ 1회 방송. ‘나만의 맛’을 내건 작은 식당 ‘정제’를 운영하는 고민시(모연주 역)가 식품 기업 1위 승계자이자 미쉐린 스리 스타를 받기 위해선 남의 레시피도 훔치는 기업 사냥꾼 강하늘(한범우)을 향해 던진 말이다. 돈의 힘만 믿고 “얼마면 돼”라고 묻는 강하늘을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고민시가 ‘모셔온’ 셰프 김신록(진명숙 역)이 강하늘의 비뚤어진 정신 세계를 바로잡는다. 15년간 맛 하나로 국밥집을 운영한 능력자.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관심도 없고, 화려한 치장으로 ‘눈속임’해 비싼 값만 받으면 된다는 강하늘의 비뚤어진 정신 세계를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의 문법대로라면, 도파민 분출을 위해 자극적인 맛을 추구했을 것이다. 예컨대 기업 사냥꾼에게 레시피를 빼앗긴 주인공이 시원하게 복수를 하거나 배신에 또 배신을 당한 주인공에게 사적 복수를 하는 식의 진행 말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처음엔 잘 못 할 수도 있지”라며 다독여주고, 보듬어주며 허물까지 덮어주는 스토리가 부상하고 있다. 모자라고 나쁜 인물이라도 감싸 안아주는 ‘어른스러운’ 주인공들이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통해 대중에게 ‘유니콘 선배’라는 애칭을 얻은 정준원(오른쪽). 레지던트 1년 차 주인공 고윤정(왼쪽)의 실수를 척척 처리하며 ‘맞춤형 지도’로 인기를 끌었다. /tvN

지난 18일 8.1%의 시청률(닐슨 전국 기준)로 끝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레지던트 4년 차 정준원(구도원 역)이 대표적이다. ‘구도원’이라는 이름처럼 드라마를 끌고 가는 레지던트 1년 차들의 ‘구도자’이자 듬직한 ‘선배 미소’로 후배들의 든든한 기둥이 돼 준다. 마냥 후배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인턴을 향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고윤정(오이영 역)에게 단호하게 실수를 지적해 잘못을 깨닫게 하고, 선배들에게 마냥 의지하려 하는 강유석(엄재일 역)에게는 따로 충고를 하며 의사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청자들은 구도원의 모습에 “이런 게 진정한 어른” “유니콘 선배”라는 평가를 남겼다. 실제 현실에선 만날 수 없다는 것. 후배들이 그의 존재감을 절실히 깨달을 때는 그가 하루 휴가를 갔을 때다. 고윤정은 “극 중 사돈총각으로 등장하는 정준원에게 사랑에 빠지는 모습에서 ‘1년 차는 요구르트에 누가 빨대만 꽂아줘도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상황이라 더 설득력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대본만으로는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그 상황이라 상상해 보니 정준원 같은 선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끝난 ENA ‘신병3’에선 중대장 오대환(조백호 역)이 어른스러움을 보여줬다. 구호를 “충성! 사랑합니다”로 바꿔 ‘신종 빌런(악당)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오히려 병사의 잘못도 자신이 대신 짊어지고 징계위원회에 나가는 진짜 상관이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도 어린 시절부터 오애순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이어가고 묵묵히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의 관식이에게서 ‘어른미’를 본 시청자가 많았다. 현실에 없을 것 같지만, ‘나만 바라보는 남자’라는 만족감을 많은 시청자에게 줬다는 평가. 이른바 ‘관식이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치유 심리학자인 김영아 교수는 “그동안 ‘짓밟고 이기는’ 경쟁에 익숙했던, 흔히 말하는 ‘대치동 세대’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어른이 되어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인가’ 자문하는 한편으로, 자신들 스스로도 경쟁에 지쳐 자신을 보듬어 줄 큰 존재를 바라는 욕구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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