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선거”라는 민주당, 내부에선 “몸조심 말조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22년 대선 보름 전에 390쪽짜리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선거일 D-14인 20일까지 공약집을 내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주말을 넘겨 29일쯤 발간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공약집이 늦어지는 주요 이유는 ‘혹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은 최대한 피하며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유 있는 격차로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는 공격보다 실수·논란·구설수를 줄이는 방어가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가 넘는 여론 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데다 당 지지율도 민주당만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 지지율은 각각 42%, 34%로 8%포인트 격차였다. 그런데 이달 셋째 주(13~15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8%로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떨어지며 지지율 격차가 1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으로 인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자 몸조심’으로 현상 유지만 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공약에서도 몸조심 기류가 감지된다. 부동산 정책 등에서 각론보다는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달리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를 빼서 ‘공약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가 지난 16일 유세에서 다시 언급한 이른바 ‘호텔 경제학’ 관련 논란이 번지고 있는데도 민주당 선대위가 일절 대응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때 본인의 기본 소득 공약을 설명하면서 호텔 예약금이 그 지역의 치킨집, 문방구 등을 돌기 때문에 나중에 예약이 취소돼도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를 두고 며칠 사이 ‘무한 동력 경제’ ‘무에서 유 창조 경제’라고 풍자하는 밈(유행 콘텐츠)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확산을 막으려다 도리어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TV 토론회에서도 정면 충돌을 피하고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본인의 정년 연장 공약과 관련해 “젊은 세대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질문에 “극단적이시다”라면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방향은 맞는다고 보지만 이걸로 갈등이 심화하면 해야 할 일들을 못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 참석 횟수도 최소화하고 있다. 그는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3번의 법정 TV 토론회에만 참석하고, 언론 단체 등이 주최하는 토론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거부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깜깜이 선거, 침대 축구 선거”(이준석 후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도 언론 노출을 삼가고 비공개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돌며 선거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말이나 행동으로 인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이 같은 ‘부자 몸조심’ 전략을 펴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선거”라며 지지층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유세에서 “(민주당이) 많이 이길 거라느니,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 마시라”며 “반드시 한 표라도 이겨야 하는 절박한 선거”라고 했다. 19일 박지원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60% 득표 가능” 언급을 하자, 20일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바로 “예상 득표율이나 압승을 언급할 시 징계를 내리겠다”는 내용의 긴급 ‘언행 주의령’을 내리기도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