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41] 남해 지족해협 죽방멸치
5월은 멸치의 계절이다. 특히 멸치회나 멸치찌개 등 생멸치로 조리해 먹기 좋은 계절이다. 지족해협에서 죽방렴으로 잡은 큰 멸치, 대멸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산란을 앞둔 5월 대멸은 뼈가 무르다. 6월이면 뼈가 억세지기 시작해 통째로 먹기 어렵다. 뼈가 억센 대멸을 조리거나 구워 살만 발라 먹을 수도 있지만 뼈째 먹는 맛을 따를 수 없다.

지족해협은 경상남도 남해도와 창선도 두 섬 사이에 좁은 물길을 말한다. 이곳에는 죽방렴 23개가 있다. 죽방렴의 구조는 발창부와 발통부로 이루어져 있다. 발창부는 참나무 말목 300여 개를 V자형으로 박고, 말목 사이에 대나무 발을 울타리처럼 엮었다. 물살과 말목이 발창부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들어 어류를 유인한다. 발통부는 유인된 어류를 가두는 통으로 역시 참나무와 대나무로 만들었다. 이때 대나무는 쪼개서 겉이 통 안으로 향하게 엮어 멸치가 상처를 입지 않고 편하게 유영할 수 있도록 했다. 멸치를 포함한 어류는 밀물에 외해에서 내만으로 들었다가 썰물에 반대로 나갈 때 발통에 갇힌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가 맛이 좋은 것은 잡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스트레스가 없고, 신선한 상태에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고, 쉽게 부패한다. 포획한 즉시 삶아 말리거나 염장을 해야 한다. 펄쩍펄쩍 뛰는 멸치를 배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발막으로 이동해 중멸과 소멸은 삶아 건조하고, 대멸은 추려서 염장한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단순하게 멸치 잡는 어구나 어법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전통 지식을 기반으로 바다, 갯벌, 마을, 농지, 산림으로 이어지는 우수한 생태계를 지켜온 문화유산이며 산업 유산이다. 그 가치를 인정해 명승(2010), 국가중요어업유산(2015), 국가무형유산(2019)으로 지정되었다.
최근 국가중요어업유산 ‘죽방렴 어업 시스템’은 유엔식량기구(FAO) 세계농업유산 후보지로 현장 실사를 받았다. 이제 죽방렴이 지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소중한 유산으로 인정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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