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를 부르는 두 목소리.. 유산의 계승인가, 정권의 도구인가
같은 이름, 다른 호출.. DJP 실용주의를 누가 말할 자격이 있는가

DJP 연합이 다시 정치판에 호출되고 있습니다.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의 상징이었던 김대중-김종필 연합이,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전혀 다른 두 맥락에서 소환되고 있습니다.
장성민 전 국민의힘 의원(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보수진영 단일화를 위한 공동정부 구상의 전례로 DJP를 언급하며, “잡범(雜犯)과 손을 잡는 방식은 DJ의 정치철학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김대중의 길을 간다”며 중도·보수 연대론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질문은, ‘누가 먼저 DJP를 말했는가’가 아니라 그 유산을 어떤 구조와 책임으로 계승하려 하는가입니다.
정치가 역사를 호출할 자격은 말이 아니라 설계와 태도로 증명됩니다.

■ DJP를 호출한 두 사람, 다른 설계의 정치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9일,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제안하며 DJP 연합을 현실 정치 모델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상징적인 호출에서 나아가, 당권·총리직·내각 인사권 50% 분점 등을 포함한 공동정부 구상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나아가 “22세기를 내다보는 국가백년지계는 개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DJP 유산을 헌정 질서 개편이라는 구조적 방향성과 연결지었습니다.
같은 DJP를 언급했지만, 김민석 위원장의 접근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20일 방송 찬조연설에서 김민석 위원장은 “이재명이 김대중의 길을 간다”고 강조하며, IMF 위기 당시 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을 사례로 들어 중도·보수와의 실용 연대를 주장했습니다.
“TK도 이재명을 찍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범보수 확장을 DJP에 빗대 정치적으로 정당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언급은 정치적 수사 이상의 질문을 불러옵니다.
97년 DJP 연합은 명확한 권력 교환, 정치적 견제 구조, IMF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성립된 ‘계약 정치’였습니다.
그 설계와 조건을 제외한 채, 오늘날 진영 연대 메시지에 단순 이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 “연대는 ’누구와‘가 아니라, ‘무엇으로’ 설계하느냐의 문제”
장 전 의원은 이어 “정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잡범과 손을 잡는 연대는 DJ 정신과 무관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발언은 특정 후보를 향한 비판을 넘어서 연대를 구성하는 철학과 기준, 정치적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의 구상은 정권 연합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 기반이 될 정치 질서의 재설계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저 정권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연대로 이어져야 DJP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즉, DJP의 진정한 의미는 연대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내부를 설계한 구조와 원칙이라는 인식이 뒷받침됐습니다.
■ DJP는 누구의 것도 아닌, 정치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DJP는 누구나 쉽게 인용할 수 있는 정치적 기호가 되었지만, 그 무게는 호출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김민석 위원장의 발언이 선거전략 차원의 연대론이라면, 장성민 전 의원의 언급은 권력 설계와 개헌 구조를 포함한 입체적 구상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두 사람이 말하는 DJP는 형식은 같아도 목적과 방향, 책임의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이는 연대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의 깊이이자, 시대를 호출하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DJP는 유산이지만, 동시에 정치의 거울입니다.
어떻게 호출하느냐에 따라, 계승도 왜곡도 가능해집니다.
■ DJP를 호출하는 순간.. 스스로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DJP는 정권을 나누고 책임을 공유한 정치적 계약이었습니다.
그 이름을 다시 부르는 순간, 권한과 견제, 책임의 원칙까지 함께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정치가 역사를 호출할 자격은 설계와 책임이 증명할 것이며, 누가 그 자격을 갖췄는지는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이 판가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부단한 설계와 검증, 그리고 시대 앞에 솔직한 태도 없이 DJP 이름을 빌리는 정치에 과연 설 자리가 있을지, 지금이 그 대답을 요구받는 순간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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