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K-POP연구자 "연예뉴스는 국민 놀잇감"

정민경 기자 2025. 5. 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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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유정 전 '단발머리' 멤버, 현 문화연구자가 본 연예뉴스의 현실
"뉴스 자극적으로 무한 복제…연예 뉴스 진지하게, 사회적 의제로 다뤄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허유정 씨. 사진=정철운 기자.

“연예 뉴스는 뉴스가 아닌 일종의 '놀잇감'이 되었다.” YG연습생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발을 들인 뒤, 그룹 '단발머리'로 데뷔해 연예계 활동을, 이후 143엔터테인먼트 기획팀장으로 아이돌 그룹을 기획한 허유정씨의 진단이다. 현재 그는 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K-POP 분야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허유정씨는 그만의 특이한 이력으로 아이돌 노동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4월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기획했고, 지난해 9월 뉴진스가 아이돌 노동권과 인격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국회에서 아이돌 연습생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증언도 했다. 엔터테인먼트계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허유정씨를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YG연습생, 그룹 '단발머리' 멤버, 아이돌 기획 팀장, 문화연구자 등 엔터 업계를 다양한 위치에서 경험했다. 그간 본 연예뉴스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연예 뉴스를 볼 때 독자 입장에서 '내가 관심을 줬으니 평가할 권리도 있다'는 태도가 생기는 것 같다. '저들은 돈을 많이 버니, 이정도는 욕먹어도 돼' 라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 중심적 권리 의식이 사생활의 공공화와 인격권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언론도 이러한 문화에 편승해 검증없이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연예 뉴스는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구전되고 2, 3차 저작물을 만들기도 쉽다. 점점 자극적이게, 저차원적으로 가공되고 소비 속도는 빨라진다. 결론적으로 연예인의 사적 영역이 공공재로 오인되고, 연예 뉴스가 정보가 아닌 놀잇감이 되고, 자극적이고 질 낮은 방향으로 무한 복제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려 '뉴스'라는 본질을 잃어가는 게 제일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사례를 직접 겪은 적도 있는지.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YG 연습생 시절 '블랙핑크'와 함께 연습을 했다는 내용이 나간 적 있다. 같이 연습을 한 친구들이 너무 잘 돼서 기쁘다는 내용이었다. 긴 인터뷰 가운데 매우 짧은 언급이었는데도 쇼츠로 재편집되며 해당 내용이 중점적으로 퍼져나갔다. '블랙핑크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텐프로(유흥업소)에서 봤다', '지금 대표로 있는 회사도 바지 사장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이 따라왔다. 고소를 진행하려고 증거를 수집하기도 했지만, 네이버 댓글 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댓글들은 플랫폼 문제로 고소를 해도 문제 해결이 어려운 구조였다. 연예뉴스의 네이버 댓글은 닫혔지만, 뉴스가 나오면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채널로 와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많기에 해결이 요원한 점이 있다.”

▲YG 연습생, 아이돌 '단발머리' 전 멤버, 143엔터테인먼트 A&R 기획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문화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허유정씨. 사진=정철운 기자.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연예 기획사나 연예인, 기자와의 이해 못할 구조 등도 본 적 있나.

“연예 뉴스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라기보다 기획사와 언론 간의 비공식적 관계망 위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신인이 갑자기 주요 포털 메인을 도배할 정도로 등장한다든지, 소속사 입장에서 불리할 수 있는 사건이 놀라울 만큼 빠르게 정리되거나, 특정 언론사 기사에서만 빠진다든지. 이런 흐름들을 보면 이건 단순한 보도 가치나 우연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교섭 구조나 사적 관계 맥락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문제는 언론과 연예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연결이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어떤 기사가 왜 나왔는지, 어떤 기사는 왜 빠졌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들도 뉴스를 정보가 아니라 연출된 메시지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연예 보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연예인이나 관계자들이 직접 유튜브를 통해 폭로를 하거나 사이버렉카 등을 접촉해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언론의 '유튜브 받아쓰기'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성 언론보다 유튜브를 통해 피해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건 전달 속도와 파급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보도를 하기 위해서 여러 검증 절차와 데스크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취재를 통해 사실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사가 나가지 않는다. 반면 유튜브는 개인 채널이기 때문에 그만큼 절차가 훨씬 간소화돼 있고 개인의 목소리를 빠르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튜브는 콘텐츠 자체가 조회수나 노출 수치를 기반으로 더 확산되다 보니까 훨씬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언론이 잘못된 내용을 담은 유튜브나 사이버렉카의 영상을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추가 취재 없이 그대로 받아쓰기만 하게 되면 기사 자체가 사실관계에 취약해지고 신뢰도도 떨어지지만 속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언론사들도 우선 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런 흐름이 언론 전체의 자정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결국은 속보 경쟁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용기와 검증에 시간을 들이겠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기사가 있어야 독자도 다시 언론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지난달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기획했다.

“(143엔터테인먼트와 JTBC '사건반장' 보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어떤 입장이 나왔을 때 사실인지, 주장에 타당한 근거나 맥락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보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자주 생략되는 것 같다. 감정적이거나 선동적인 언어, 즉 가해자 측의 '사실 무근',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문장들이 반복적으로 쓰이는데 이런 입장은 마치 결백이 입증된 것처럼 인식된다. 언론은 그런 입장들을 계속 퍼나르면서 사건의 '검증자'가 아니라 '중계자'처럼 행동한다.

또 하나, 관련 기자회견을 했을 때 피의자 측에서 '합의금 요구하다 안 주니까 고소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 다음부터 인터뷰만 하면 꼭 '피해자 측이 먼저 합의금 요구했다면서요?'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 친구(피해자)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고, 돈 때문이었다면 진작에 소송을 했을 것이다. 이 사건 자체가 아니어도 피해자가 처음에는 사과하라, 진상을 규명하라 외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슬슬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쯤 되면 '저 사람 결국 합의금 받으려는 거 아니야?', '결국 돈이 목적이었네' 이런 식으로 논의가 흘러간다. 피해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을 증명해 보여야 하고 끝없이 순수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인정 받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가해자 쪽에서 이런 여론 흐름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돈을 목적으로 한다'는 프레임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 프레임을 2차 저작물로 만들어 확산시킨다. 그러면 피해자는 보상을 요구하는 이유가 타당해도 '돈 밝히는 사람'으로 몰려버린다. 피해자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요구하는 순간, 그 사람이 가졌던 모든 고통과 진심이 싸잡아 의심 받는 분위기, 이건 분명히 잘못된 거고 사회가 피해자에게 감정뿐 아니라 현실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아이돌 꿈꿨던 아이...이제는 지키고 싶다” 어머니가 나섰다]

▲지난 4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의 '143엔터 이용학 대표 강제추행 사건 고소 기자회견' 현장. 허유정씨(가장 왼쪽)는 이 기자회견에서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연예인의 자살 이후 연예뉴스 댓글 막기 등 나름의 해결 방안도 나왔지만 보도 문제는 반복되고 있거나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책임 없는 소비 구조'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을 둘러싼 정보 소비는 너무 쉽고 빠르게 이뤄지는데 그걸 자극적으로 과장하고 창작해서 유통시키는 사람들 모두 책임지지 않는 환경이 강화되고 있다. 모두가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있어서 아무도 멈추지 않고, 누구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언론 역시 이 구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클릭수에 의존하는 구조이다보니 제대로 된 취재 없이 자극적인 제목만으로 소비시키고 이미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그걸 취재하는 게 아니라 되려 대중들의 반응을 기사화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할까.

“유튜브에서 제기된 주장이라고 해도 언론이 그걸 단순히 받아적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취재로 확인을 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갖춘 다음에 보도하는 게 기본이지 않나. 결국 문제는 몇몇 사람들의 악의보다는 모두가 멈추기 어려운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흥미와 가십 거리의 유흥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하는 문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유통 구조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댓글창을 닫고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법을 만든다고 해도 큰 변화는 어렵다고 본다.”

▲지난해 9월30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에 간 아이돌, K팝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 토론회에는 연습생 생활과 아이돌 데뷔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했다. 전 단발머리 멤버이자 K팝 연구자 허유정씨.사진=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 제공.

-연예 분야 기사는 보도 가치가 없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연예 뉴스는 크게 어려운 내용을 다루지 않으니까 소비하기 쉽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0년 전 연예인들의 자살 등이 문제가 됐고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내용들은 단순한 연예 뉴스가 아니라 시대상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파고들 수 있다. 최근 뉴진스 이슈도 전속 계약 문제, 창작자의 권리 등 사회적 내용을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연예 뉴스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더 깊이 있게, 사회적 의제로 연결해 다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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