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짙은 봄날 머스트 비짓(must visit), 평창과 영월 [투얼로지]
평창·영월|김재범 기자 2025. 5. 20. 22:01

유난히 비가 잦은 5월이다. 나들이를 예정했던 주말이 다가오면 거의 매번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 ‘계절의 여왕’다운 온화하면서 화창한 날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는 꽤나 야속한 날씨다. 하지만 5월의 비가 마냥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먼지가 씻긴 촉촉하게 젖은 대기는 포근하면서 싱그럽고, 나무의 신록(新綠)은 비를 맞으면서 색이 한결 선명해진다. 평창과 영월을 1박2일 일정으로 돌아본 이번 여행길에도 어김없이 비와 조우했다. 우산을 챙겨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여러 번 찾아 꽤 익숙했던 두 고장이 날씨 덕분에 오히려 전과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햇살 화사한 날만 있었다면 못 느꼈을 5월 봄비만이 주는 달콤쌉싸름한 정취다.

●평창, 드라마틱한 풍광과 천년 고찰의 어우러짐 평창에는 대관령을 중심으로 고산지대에 이국적인 풍광의 대규모 목장이 여럿 있다. 삼양라운드힐도 그중 하나다. 해발 850~1470m 고지대에 있는 면적 1983만4711㎡에 달하는 동양 최대 목장이다. 드넓은 초원과 그 곳을 뛰어다니는 동물들, 그리고 언덕 위와 산마루에 자리한 53기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삼양라운드힐의 상징이다. 방문객을 위해 양몰이공연,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양, 타조 먹이주기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국적 풍광의 목장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길도 다양하다. 목장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4.5km 구간에 바람의 언덕, 숲속의 여유, 사랑의 기억,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 등 다섯 코스의 산책길이 있다. 산책길마다 풍경이 특색 있어 삼양라운드힐을 방문했다면 한 코스라도 걸어보는 것이 좋다.

단, 고산지대의 특성으로 인해 날씨 변화가 꽤 심하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매표소 부근에서는 조금 흐린 정도의 날씨라도, 정상에 올라가면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짙은 구름과 안개가 사방을 덮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그런 풍광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멀리 동해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기대한다면 미리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월정사 인근에 있는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OMV)는 2018년 문을 연 힐링 스테이 시설이다. 옴뷔‘(OMV)는 오대산(Odaesan), 명상(Meditation), 마을(Village)의 영어 머릿글자를 따서 조합한 이름이다. 숙박시설과 식당, 정원, 산책길 등을 갖추고 명상 테마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조 2층 건물로 이루어진 숙소는 디지털 디톡스를 표방해 객실에 TV와 냉장고가 없다. 대신 편백나무 명상 공간을 갖추고 있다. 투숙객에게는 하루 두 번의 명상 프로그램(오전 명상, 저녁 요가)과 조식, 석식을 무료 제공한다.

전통한옥으로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림선원, 자연식 식단을 표방하는 식당 수피다, 조정래 작가가 명예촌장으로 거주하는 문학관 등이 관내에 있다. 연꽃 모양의 길이 인상적인 ‘붓다의 정원’, 소나무숲 ‘바람의 빛깔 길’ 등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도 있다.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성산으로 산 전체가 불교성지인 곳은 오대산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곳에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다. 월정사는 오대산의 동대에 속하는 만월산 앞에 자리했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주요 문화재로는 석가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일명 약왕보살상이라고도 하는 월정사 석조보살좌상(보물)이 있다.

오랜 기간 가림막에 가리워져 있던 팔각구층석탑이 최근 공사를 마치고 말끔해진 모습을 드러내 한국 불교 미술의 걸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사찰 입구에 있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에는 불교유물과 강원 남부 60여개 사찰의 성보들이 있다.

월정사에서 선재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온다. 역시 신라 성덕왕 4년(704년)에 오대산 중대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원 중 한곳이다.

절 입구에 커다란 잎갈나무가 있고 관대걸이라는 돌 조각이 있다. 조선 세조가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상원사 계곡을 왔다가 의관을 걸어놓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현존 동종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듣는 상원사 동종(국보)이 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10km 구간은 선재길이라고 부르는 손꼽히는 산책코스다. 월정사에서 시작해 동피골을 거쳐 상원사까지 이어지는데, 대부분이 평지여서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데 요즘은 우거진 숲의 신록이 길 옆을 흐르는 오대천의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오가는 이의 눈과 귀를 상쾌하게 한다.

월정사 초입에 있는 선재길 출발점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전나무 숲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사찰 입구 금강교까지 약 1km 구간으로 아름드리 전나무가 좌우에 우뚝 선 모습이 장관이다. 선재길은 오대천을 좌우로 가로지르며 이어지는데 길 중간에 만나는 동피골에 국립공원에서 조성한 멸종위기식물원이 있다. 오대산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종과 특정식물 등 30여종의 희귀식물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원 형태로 조성했다.

●영월, 단종·사육신의 역사와 영화 ‘라디오스타’ 영월읍 방절리 소나기재 정상에서 이정표를 따라 100m 정도 들어가면 둘로 갈라진 거대한 기암괴석이 기역 자로 굽은 강줄기와 함께 나타난다. 청령포와 함께 영월의 대표하는 절경인 선돌이다.

선돌은 높이 70m 정도의 바위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한다. 거대한 탑 모양으로 솟아있는 바위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수직으로 갈라진 바위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서강의 경치가 아주 뛰어나다.

창절사는 김삿갓면에 있는 서원이다. 현재 강원도에 남아있는 사당이나 서원 중에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장릉, 청령포와 함께 조선 단종의 비극적인 자취가 남아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조선 숙종 시절 지었는데 앞면 5칸, 옆면 2칸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서원의 대문격인 대견루는 2층 문루로 아담한 서원 규모에 비해 제법 웅장하다.

창절사에는 단종 복위를 위해 목숨을 던진 박팽년,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의 사육신을 비롯해 권완, 권절, 김시습, 남효온, 박심문, 엄흥도 등 충신 10인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매년 10월 9일 이곳에서 그들의 충절을 기리는 제를 올린다.

영월에 있는 단종의 묘 장릉 옆에는 물무리골생태공원이 있다. ‘물무리골’이라는 지명에서 따온 이름인데, 물무리골은 골마다 물이 나온다는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강원 고생대 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내륙습지다. 경사가 급한 해발고도 400m 이상의 산지를 빠져나온 하천이 평지를 만나 계류를 형성하여 흘러들면서 독특하게 자연습지를 형성했다. 2017년 강원 고생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물무리골생태공원에서는 멸종위기 2급인 백부자를 비롯해 좀개미취, 거센털지치, 물쇠뜨기, 진퍼리잔대, 까치수염 등 희귀식물을 볼 수 있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삵, 황조롱이를 비롯하여 고라니, 멧돼지 등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과 반딧불이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습지 아래 장릉과 맞닿은 곳에는 잘 다듬어진 전나무 산책로도 있다. 걷다 쉬어가도록 나무 그늘에 평상도 있어 장릉 방문길에 산책하기 좋다.

청령포로 가는 선착장 맞은편에는 영월관광센터가 있다. 영월 폐광지역 통합관광을 위해 건립한 시설이다. 관공서를 연상케 하는 딱딱한 명칭과는 달리 감각적인 디자인의 3층 건물 안에 전시공간과 체험시설, 푸드코트와 카페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3층 루프탑 공간에는 청령포를 내려다보는 예쁘게 조성한 휴식 공간도 있다.

라디오스타 박물관은 2006년 개봉한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영월 KBS 방송국을 개조한 테마 시설이다. 영화 ‘라디오스타’는 KBS방송국을 비롯해 영월읍과 동강 등 이 지역의 곳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라디오스타 박물관은 라디오의 탄생과 발전에 이르는 라디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전 방송국 스튜디오와 부조정실 같은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중장년층이 추억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평창·영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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