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부족한데 친환경차까지"···아파트 주차난 골머리

윤병집 기자 2025. 5.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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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vs 권리’ 친환경차 주차 갈등
세대당 1.2대 꼴 이중주차 일상화

내년 구축 의무 적용 주민 반발 우려
수천만원대 충전시설 등 비용 부담
지상 이전 비롯한 보조금 지원 절실
울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친환경자동차 전용 주차공간.

친환경자동차 전용 주차구역 의무화로 울산 공동주택 곳곳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장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올해 초 의무화된 신축아파트의 일부는 아직도 정해진 전기차 주차면수를 채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구축아파트는 내년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밤 찾은 울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 2층까지 이어진 이 아파트의 총 주차면수는 800여면으로, 세대당 1.1~1.2대 정도 주차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과 충전기는 5개로, 전체 주차면수에 0.6%에 불과했다. 총 주차면수가 약 500대인 중구의 한 신축아파트도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과 충전기는 3개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2022년 이후 지어진 100세대 이상 신축아파트는 전체 주차면수의 5%를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 및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신축아파트는 올해 1월 27일부로 법 시행 유예 기간이 끝났다.

이는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는 과정이 기존 주차 공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미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공간을 더 늘렸을 때 절대 다수인 내연기관 차량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에 대한 민원이 빈번한 상황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법 시행 후 2022~2023년까지 친환경 자동차 전용구역(충전구역 포함) 위반 신고 4,784건을 접수받았고, 지난해에도 1~3월까지 1,426건을 받았다.

내연기관 차량을 모는 아파트 주민 A씨는 "요새는 맞벌이를 많이 하다 보니 대다수가 가정에 차량 두 대 정도는 소유하고 있다 보니, 지금도 주차장에 이중주차가 굉장히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친환경차를 배려한다고 10면 넘게 전용주차공간으로 만드는 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 지금 있는 전용 구역도 퇴근 시간 이후임에도 비어있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다"고 전했다.
울산의 한 구축아파트가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중주차가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신축아파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관련법에서 따라 2022년 이전에 지어진 구축아파트는 총 주차면수 중 최소 2%를 친환경차 충전 설비와 주차면수로 확보해야 한다. 이 중 20~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는 대부분 지하주차장이 없어 일상적으로 이중, 삼중주차가 이뤄지는데, 가뜩이나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극심한 주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구축아파트는 법 시행 유예가 1년 더 연장되면서 내년 1월 27일까지 의무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30년이 넘은 남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는 "지하주차장 없는 오래된 아파트라 세대당 주차 가능 대수를 환산해보면 0.2~0.4대가 나온다"며 "지금도 주차문제로 인근 아파트들과 마찰이 생길 정돈 데, 전용주차구역을 만들었다 주민 반발이 폭주할까 두렵다"라고 전했다.

친환경차 충전시설 설치 과정에서 생기는 금전적 문제도 갈등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노후화가 심각한 구축아파트의 경우 원활한 충전시설 이용을 위해선 변압기 교체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변압기 한 대의 교체 비용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이 금액은 단순히 전기차를 소유한 입주민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 장기수선충당금으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입주민 간에 갈등으로 불거질 여지가 높다. 여기에 울산의 경우 충전시설에 정부 지원 외 별도의 추가 보조금이 없는 점도 설치를 꺼리게 되는 이유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대상 최대 100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부산시는 급속충전기 설치 시 인입공사비 70%를 지원하는 것도 비교되는 점이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주민 C씨는 "친환경차로 전환이 정부 정책이고, 울산시도 수소전기차 지원으로 그 흐름을 따르고 있지 않나"라며 "울산시가 지하주차장 화재 위험을 막고자 친환경차 설비를 지상으로 옮기는데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아는데, 설치 전반에 대한 추가적인 보조금 지원 여부를 검토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