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저출생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지정됐다고 한다. 부부는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같은 방향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인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의 음식을 주되 한쪽의 음식에 치우치지 말라"는 글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등한 부부관계는 개인의 삶에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인 저출생과도 관련이 있다.
호주 인구학자 맥도날드는 출산율과 성평등 수준의 관계를 파악했으며,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개인 단위의 성평등 수준과 가족 단위의 성평등 수준의 불일치를 꼽았다. 즉, 사회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과 취업률이 향상돼 성평등 수준이 올라감에도 가족 내에서는 남녀 역할 분담이 전통적인 틀에 갇혀 있을 때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봤다.
우수한 학업성적과 리더십을 가진 알파걸이 졸업 후에 가족, 직장, 사회제도에서 성평등이라는 장벽에 부딪힐 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2024년 인천연구원이 인천시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낮았다. 또 불평등한 부부간 가사 분담이 결혼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77%로 남성(55%)에 비해 높았다.
불평등한 가사 분담이 출산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여성이 남성 대비 높았다. 가족 내 불평등성은 결혼 및 출산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여성에게 더욱 주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가정 내 성평등성은 먼저 성별 가사 노동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201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인천 여성들의 가사 노동시간은 남성과 비교해 3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시간을 보면 여성은 가정 관리·가족 가구원 돌보기에 하루 평균 2시간 59분을 할애하는 반면 남성은 48분에 그쳤다.
이 같은 가사 분담 시간 차이는 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부부에게서 나타나 집 안에서의 가사노동 분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쏠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정폭력 현황으로 가족 내 성별 권력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2023년 가정폭력행위자 상담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 10명 중 7명은 남성으로 나타나 가족 내에 불평등한 성별 권력 관계가 존재함을 보여 준다.
단순히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닌, 남녀가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 관점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여성 혐오, 여성 대상 범죄가 늘어가는 시점에서 성평등한 사회환경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과 취업률 향상과 같은 개인 수준의 성평등 향상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가사 분담, 의사결정과 같은 가족 내 영역에서의 성평등한 관계 형성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남성이 가사노동을 더 해야 한다는 개인 차원의 접근이 아닌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는 등 사회 전반의 구조 변화도 함께 맞물려야 한다.
또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 성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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