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수 표밭’서 “도둑놈·범죄자·법카” 외친 김문수…‘反이재명’ 표심 자극
‘보수의 심장’ 영남 흔들리자 ‘수도권 보수’ 표심 결집에 총력전 펼쳐
“이곳 민심은 부동산 따라가는데”…지역 공약 빠진 유세에 아쉬움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백진우 인턴기자)
연이틀 수도권 집중 유세를 펼치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일 강남구 다음으로 보수 표심이 가장 견고한 지역인 서초구와 송파구를 잇달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의 핵심은 '반(反)이재명'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 맞춰진 모습이었다. 최근 전통 보수가 강세를 보여 온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흔들리는 지지세를 수도권 텃밭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져가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높아지는 발언 수위에 덩달아 열광하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역별 공약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약' 대신 '反이재명' 외친 김문수
"저는 방탄조끼도, 방탄유리도, 방탄입법도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펼쳐진 수도권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는 이 같이 운을 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방탄' 이야기로 유세 연설이 시작되자 3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십여초간 이어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비롯해 '자유대한민국수호', '애국자총연합' 등이 적힌 깃발 수십여개도 한층 격하게 펄럭였다.
이날 김 후보의 유세는 이 후보의 '방탄 유세'와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는 데 집중됐다. 그간 다른 지역에서 지역 맞춤형 공약 위주로 유세를 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190석 넘는 국회 의석으로 공직선거법을 고쳐가지고 허위사실유포죄를 없앤다는 게 지금 본회의 통과만 남았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둑놈이 경찰서 다 없애자고 하는 것 하고 무엇이 다르냐"며 "범죄자들이 국회, 대법원부터 사법부를 다 쥐고 자기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서 방탄 입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간 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이어진 유세에서도 김 후보는 이전과 똑같은 패턴으로 유세 연설을 시작했다. 연단에 오른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부터 올린 그는 유세복 단추 두어개를 열어 젖힌 뒤 "어떤 사람은 저 안에 방탄 조끼도 입었는데 저는 방탄 조끼 없습니다. 방탄 유리도 없습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문수다 '라고 적힌 팻말을 든 한 지지자는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 후보를 향한 발언 수위는 이어지는 유세 연설에서 한층 격해졌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얼마나 죄를 많이 지었는지 이제는 방탄 조끼, 유리, 입법, 방탄 삼종 세트"라며 "감옥에 가면 만고의 조끼를 입을 필요가 없다. 가장 안전한 방탄 국가 시설인 교도소에 가서 앉아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들고 나왔다. 그는 "저도, 제 아내도 법카를 써본 적이 없다"며 "법인카드 때문에 지금 말이 많은데 이렇게 조금만 틈이 있으면 비집고 나오는 '연탄가스'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TK서도 '박빙' 구도 나오자 높아지는 '네거티브' 수위
최근 김 후보는 집토끼 사수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TK와 PK에서도 지지세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6일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3주차 여론조사(ARS)에 따르면, TK 지역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도는 44.9%로 이재명 후보(43.5%)와 1.4%포인트의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였다. 김 후보는 리얼미터 4월4주차 조사(대선 3자 가상대결)에서는 TK에서 37.2%를 지지도를 얻어 이 후보(29.1%)에 크게 앞선 바 있다. 불과 3주 만에 이재명 후보에게 턱밑까지 추격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네거티브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보수 표심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발언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모습이었다. 송파구 삼전동에 거주하는 김보라씨(39)는 "유세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지지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웅장해진다"며 "기존 지지자들을 확고히 하는 김 후보의 발언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고 전했다.
석촌호수 인근에서 유세를 관람하던 박종신씨(32)도 "이재명 후보는 비도덕적이고 전과가 있으며 정치를 시작한 계기가 불순한 것 같다"며 "김문수 후보는 청렴하고 경제 공약이 마음에 들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맞춤형 공약이 사라진 김 후보의 유세에 아쉬움을 표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심아무개씨(44)는 "이곳 민심은 부동산을 따라간다. 오세훈, 윤석열이 연이어 당선됐던 게 무엇 때문이겠느냐"며 "민주당과 갈라서 싸우는 건 이미 온 국민이 알고 있으니 부동산과 관련된 손에 잡히는 공약을 홍보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20대 대선 당시 김 후보와 같이 고속터미널역 광장에서 서초 지역 유세를 펼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유세의 핵심으로 삼은 바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20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갑부가 아니다"며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며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을 집중 비판했다. 탄핵 정국 등 여파로 19대 대선 당시 강남3구에서 문 전 대통령이 더 많은 표를 받았지만, 곧바로 20대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득표율이 66%를 넘기는 계기가 됐다.
한편 김 후보는 21일에도 경기 일산과 김포·파주·동두천 등 수도권 집중 유세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 기사에 인용한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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