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덩이 빚 키우는, 재정 건전성 없는 대선 공약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충격은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닌 우리도 해당되는 주제다. 당장에 글로벌 시장은 신속히 반응했고 우리 증시 역시 민감하게 출렁였다. 미국조차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신뢰 저하를 겪는 상황이라면 비기축통화국인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국가채무는 이미 1천175조 원을 넘어섰고 GDP 대비 비율도 46.1%로 치솟았다. 2016년 34.2%였던 채무 비율이 불과 8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는 점은 단순한 증가세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신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2040년 국가채무비율이 80%, 2050년에는 100%, 2072년에는 무려 173%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는, 만성적 재정적자가 국가의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 누구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후보는 재정지출 구조 조정과 총수입 증가를 공약 재원으로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실행 전략은 빠져 있다. 김문수 후보 역시 기존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모호한 설명만 반복한다. 두 후보 모두 성장과 복지라는 정치적 달콤함에 매달려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이러한 와중에 국가 부채 증가를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는 후보들의 입장에 더욱 커지는 국민의 우려다.
정치인의 책무는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대중에게 인기 있는 말을 던지는 데에 있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중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현재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은 결국 미래세대의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된다. 복지 확대, 산업 지원, 지역 균형 발전 등 중요한 정책 목표들이 빚이라는 수단에만 의존할 때,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경제적 처벌로 돌아온다.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만 해도 61조 원이 넘는다. 이미 작년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넘볼 만큼의 속도다. 여기에 또다시 추경이 거론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국가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정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혁신이다. 불필요한 사업의 구조조정,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지출 통합 관리, 세입 기반 확대 등 현실적인 해법이다. 지금처럼 빚을 내서 성장을 유도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번 대선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경쟁만이 아니다. 국민에게 냉정한 현실을 설명하고 재정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란 얘기다. 지금의 나랏빚은 곧 내일의 국민 고통이다. 각 후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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