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장사익 님의 절절한 목소리가 농막 6평 공간에 넘실거린다.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워, 너무 슬퍼서 목 놓아 울었다는데 나는 노랫말이 슬퍼서 찔레 꽃차를 마시며 노래를 듣는 내내 목이 멘다.
유년 시절 찔레순을 참 많이도 따먹었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이었고, 특별한 간식거리가 없던 때였으니 찔레순은 꽤 입맛을 당기는 주전부리였다. 연초록으로 돋아난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으면 비릿하면서 달큼하고 아삭거리는 맛이 참 좋았다. 먹어본 사람은 떠오르는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군침이 돌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옆 동네 문우 집에 잠깐 들를 일이 있어 가던 길이었다. 동네 어귀에 하얀 꽃이 만발하게 피어, 마치 하얀 꽃다발 모습을 한, 나무가 보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꽃인지 궁금해서 차를 세우고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나무를 가지치기해가며 기른 수형이 멋지고 아름다운 찔레나무였다. 청초하게 아름다운 나무에서 눈부시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 나무는 흔하디흔한 찔레나무가 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찔레나무가 되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이다.
오월이면 산자락이나 언덕 같은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하얀 찔레꽃이다.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서 그럴까. 대부분 사람은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 서럽고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작년에 쉬어家 언덕 귀퉁이에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을 바라보면서도 차를 덖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빼곡한 가시덩굴을 헤치고 꽃을 딸 자신이 없었다. 올해도 찔레나무는 작년보다 더 탐스럽게 꽃을 피우고 외면하는 나를 자꾸만 부른다. 모른 척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모든 꽃이 그러하듯 찔레꽃도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꽃이 가장 중요하다. 활짝 피어난 꽃도, 너무 작은 꽃망울도 적당하지 않다. 오전 중에 꽃망울을 막 터트려 꽃술이 노란 꽃을 따거나, 꽃을 피우려 한껏 부풀린 꽃망울을 따야 향도 좋고, 차를 우렸을 때 아름답게 피어 하늘거린다. 적당한 시기를 맞춰 꽃을 따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찔레 꽃차는 향기도 은은하고 맛도 나무랄 데 없이 달큼하고 고급스럽다. 그뿐이겠는가. 흔하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찔레나무는 뿌리부터 잎, 새순, 영실이라 불리는 열매까지 약으로 쓰일 만큼 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꽃차로 마시면 더위를 식혀주고, 갈증 해소와 위장을 편하게 도와준다. 또 항산화 효과가 있어 피부미용과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차이기도 하다.
6평 공간을 넘실대며 흐르는 선율에 찔레꽃 향기가 따라 흐른다. 유리 다관 안에서는 찔레꽃이 활짝 피어나 하늘거린다. 청초하고 사랑스럽다. 혼자 보기 아까워 지인들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며 알아보지 못하고 무슨 꽃이냐고 묻는 이도 있다. 찔레꽃이라 하니 "정말 찔레꽃 맞아? 찔레꽃이 이렇게 예뻤어?"라며 되묻는다. 이렇게 찔레꽃이 지닌 참모습을 알아보지 못해 꽃이 서러운가 보다. 오늘은 노래 탓인지, 찔레 꽃차의 향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꽃을 따느라 가시에 찔린 손가락의 욱신거림 때문인지 괜스레 나도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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