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가자"…45년 전 계엄군에 맞선 택시행렬 재현

박정석 기자 2025. 5. 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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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민주 기사의 날’ 기념
비상등 켜고 ‘임을~행진곡’ 퍼져
무등경기장~전일빌딩 택시 행진
"두 손엔 용기·발은 자유를 향해"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이 열린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택시기사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45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도와 계엄군의 진압에 맞섰던 광주 운수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 행렬이 재현됐다.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민주기사동지위원회는 20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무등경기장 앞에서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택시 기사와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기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했다.

기념식 이후엔 무등경기장에서 광주역, 유동사거리, 금남로5가, 옛 전남도청 앞인 전일빌딩 245로 이어지는 4.5㎞ 구간에서 택시 행진이 진행됐다.

5·18 당시 택시로 사용됐던 포니와 스텔라 1대씩이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었고, 택시 45대와 승용차 25대 등 70대가량이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고 뒤를 따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 금남로로 차량들이 들어서자 이를 본 시민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를 보냈다.

태극기를 달고 광주 도심을 누빈 이들 택시의 모습은 45년 이날 계엄군의 저지선을 밀어냈던 차량 시위대를 연상케 했다.

당시 민주기사들의 차량 시위는 노동자가 5월 항쟁에 조직적으로 나선 최초의 투쟁이었으며, 열세에 몰렸던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공세적인 저항을 취할 수 있도록 기폭제로 작용했다.

택시와 버스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생명과 진실을 실어 나른 연대 정신의 표식이 됐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1980년 5월의 그날 광주는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절망 속에서도 공동체의 온기를 지켜냈다"며 "그 중심에 생명을 실어 나르고 진실을 지킨 민주기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은 두려움보다는 용기가 컸고, 악셀을 밟은 발은 억압이 아닌 자유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면서 "민주기사들의 정신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기념사를 통해 "맨 주먹과 돌맹이로 군인과 장갑차에 맞섰던 시민들에게 택시와 버스는 유일한 쇠붙이였을 것이다. 그들의 오월 정신을 올곧이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기사 기념식 및 차량 행진은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난 1997년 이래로 매년 5월 20일에 진행되고 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