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수원시 시민배심원제에 거는 기대

김희경 2025. 5.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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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은? "①주문 ②원고의 ③청구를 ④기각한다 ⑤땅땅땅!" 법정 풍경을 재연한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민사재판의 판결선고 상황이다. 너무나 익숙한 대사로 틀린 곳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 법정에서 법봉을 두드리는 일은 없다. 그러니 정답은 ⑤번. 그럼에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그것은 국회나 의회, 또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서 사용되는 의사봉이다. 그런데 여기, 법봉을 두드리는 법정이 있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시민배심법정이다.

시민배심원제(Citizens' Juries)는 1970년대 미국에서 고안된 공공참여 의사결정기법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사안을 무작위로 선발된 20여명의 일반시민들이 숙의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주로 공공정책의 입안단계에서 쓰이는 이 모델을 수원시는 공공갈등 해결에까지 그 활용범위를 확장했는데, 그래서 2011년 조례 제정 후 현재까지 재개발사업 승인취소, 신분당선 역명선정 등 지역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사안을 이 법정에 올려 여기서 도출된 결론을 정책에 반영했다.

소위 '참여적 의사결정'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의 많은 정책 결정이 전문가들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 D.A.D.라고 불리는 일방의 결정-통보-방어(decide, announce, defend) 방식의 사업추진은 이해관계자의 동의나 만족을 얻기 힘들고 지난한 공공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동의(informed consent)가 필요한데, 이에 따라 시민배심원제는 무작위로 선정된 20여 명의 시민배심원에게 법정의 각 법률대리인, 증인 등 전문가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배심원들이 학습 및 토론하여 결론에 이르도록 한다. 행정은 배심원들이 최종적으로 제출한 정책권고안을 실정책에 반영하며 이로써 정책의 수용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공공선을 이뤄갈 수 있다.

생각과 이해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편견을 줄이고 교감하며 의사 합치를 이루는 이 과정은 그 자체가 시정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절차로서 의미있는데, 이때 '법정'이라는 형식은 논의를 위한 장치일 뿐 실제 법정의 진행방식에 구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마지막에 판정관이 배심원단의 평결을 발표하며 땅땅땅! 법봉을 두드리는 것은 결론의 임팩트를 위한 일종의 코스튬이다. 이 제도의 운영을 위해 수원시는 200인 이내로 구성된 시민예비배심원단을 모집하여 현재 제6기가 활동 중인데, 이들은 2년의 임기 동안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최종 배심원으로 선정될 자격을 얻는다.

시민참여를 통해 정책의 정당성을 높이는 이 제도는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만큼 실제 현실에서 부침도 많다. 안건을 정하는 일부터 당사자들의 참여, 전문가의 결합, 시민배심원단의 유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시민배심원단이 내린 결론에 대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2025년 6월 조례 개정을 통해 제도의 명칭을 '배심법정'에서 '배심원제'로 변경하고 형식의 유연성을 높이려 한다. 홍보와 모의배심으로 시민예비배심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안건상정 업무를 공공갈등심의위원회에 위임하여 운영의 효율성도 제고한다.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문턱을 낮추려는 것인데, 이로써 향후 재정립을 마친 시민배심원제가 더욱 많은 수원시의 공공현안을 담고 풀어가는 훌륭한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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