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인” 뒤에 숨겨진 사법부 무력화의 위험 ④ [장혜진의 법조 랩소디]
“국민은 지배대상이, 재판대상이 아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이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들린다. ‘너희들이 주권자 같지? 아니야, 너네들은 내 밑이야’”(노행남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으며, 사법부의 주인은 주권자와 국민이라고 말하는 판사들이 있습니다. 이 판사들은 같은 이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을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국민주권이란 결국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된 권력’, 즉 최고 권력으로 귀결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자칫 모든 국가 기관은 최고 선출 권력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북한에도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북한의 공식 국가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북한의 국가기관은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이자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 최고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 행정기구인 내각, 사법기구인 최고재판소(전 중앙재판소) 및 최고검찰소(전 중앙검찰소)로 이뤄져있습니다. 그러나 사법기구는 조선노동당의 통제를 받습니다. 법률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갖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국가기관을 민주주의 원칙과 중앙집권제 원칙의 유기적인 통일성에 따라 구성한다는 ‘민주적 중앙집권제(Democratic Centralism)’에 따른 것입니다. 이 원칙은 레닌 이래 모든 공산주의 국가의 기관 구성 및 운영 원리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국가기관은 선거에 의해 ‘민주주의적’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그러나 일단 구성된 국가기관의 운영은 중앙집권적이어서 소수는 다수에, 하부는 상부에 절대 복종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적으로 구성된 최고 권력기관이 독재를 하더라도 이는 ‘민주적’인 것이 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프롤레타리아 계급노선을 견지하고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표방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모순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몽테스키외가 창시한 삼권분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산주의 국가에도 삼권분립과 유사한 조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능은 최고 권력기관을 정점으로 한 ‘삼권분업’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부 문헌은 사회주의 국가의 사법기관을 ‘사법담당 파견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권이 입법권이나 집행권과 분리되지 않는다면, 자유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권력이 권력을 멈추게 하는” 즉,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몽테스키외는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 중에서 국가의 물리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재판을 행하는 권은 어떤 의미로는 무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력함 속에 사법부의 중요한 역할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의 삼권분립을 사실상 설계한 알렉산더 해밀턴 역시 연방주의자 논고에서 “사법부는 칼도 지갑도 없다. 다만 말(판결)만 있을 뿐”이라면서도 그 약한 조직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Citadel)’라고 지칭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작동하지만, 그 다수결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입니다. 오늘은 다수여도, 내일은 소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영원한 다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법치주의는 그 불확실성 속에서 약자와 소수를 보호하는 최후의 안전장치입니다. 우리가 설령 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조차 ‘재판상 독립’이란 원칙, 즉 법관이 외부의 압력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넘지 않고 사법부를 존중해온 이유입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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