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슬전' 팔방미인 고윤정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겉모습은 새침하지만, 알고 보면 시원하고 수더분하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언슬전'을 통해 더 단단해진 배우 고윤정의 이야기다.
지난 1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다. 고윤정은 극 중 종로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 역을 맡았다.
첫 메디컬 드라마에 도전한 고윤정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교수님들이 자문도 해주시고 수술 영상이나 기구 활용법을 알려주셨는데 정말 재밌었다"라며 "1년 차 레지던트라서 어설퍼도 괜찮은 그런 역할이었기에 감독님도 너무 프로페셔널하기보단 어설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어려울 것 같단 어려움은 내려놓고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슬의생' 세계관에 입문한 고윤정은 "얼떨떨했다"라며 "'여기에 내가 인물 하나로 자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연기한 오이영은 사회생활에 큰 의욕이 없는 인물.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는 "많이 부족한 친구로 나오다가 명확한 계기들이 나오면서 마음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동기가 친구가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도원(정준원)과의 급격한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저도 대본을 봤을 때 '이렇게 사랑에 빠르게 빠진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1년 차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꽂아줘도 사랑에 빠질 정도로 불안정하고 사랑에 빠질 시기라고 하지 않냐. 구도원이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사랑이었기에 납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고윤정은 "저도 3화 대본 보고 2화부터 사랑에 빠지는 것도 놀랐고, 그다음 화에 손을 잡더라. 대본을 보고 '오 벌써요?'라고 했다"라며 "촬영하다 보니까 이영이 같은 애는 도원이 같은 애를 만나려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내가 너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은근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충격요법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언슬전'은 1회 시청률 3.7%로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최종회에서는 8.1%까지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고윤정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처음엔 도원이와 이영이 커플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감독님과 작가님도 예상 못 하셨다고 하더라. 시청자들이 응원해주시는 걸 느끼며 실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준원과의 호흡에 대해선 "저희 둘이 MBTI가 똑같다. 둘 다 무뚝뚝해서 대화를 살갑게 나누는 편이 아닌데, 어색한 관계도 아니었지만 연기를 이렇게 잘하면 현실보다 케미가 더 보일 수 있구나 싶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설렜던 신에 대해선 "놀이터에서 맥주 마시는 신이 있는데 6부 엔딩이었던 것 같다. 그때 해질녘 때 찍어서 이영이 집 앞 놀이터에서 찍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 계절에 의상이 맞을 날이 잘 없는데, 바람 솔솔 부는데 촬영해서 재밌게 웃기도 하면서 모든 게 설레는 신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고윤정과 오이영은 닮은 점도 많았다. 고윤정도 "연기가 초반엔 즐겁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단 생각은 거의 안 해봤다. 제 전공은 미술인데 오래 해와서 뒷받침되는 재능이 있었지만 이건 0부터 시작해서 재밌게 즐겁게 하고 싶었다. 그걸 느끼게 해 준 게 동료들이었다. 좋은 배우들과 같이 일하게 되어 의지하게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고윤정은 "제 전공이 미술인데, 미술은 혼자 잘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 연기는 제가 70만 해도 연출, 편집, 후반작업, 후시, CG로 100이 되기도 한다"라며 "소속감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 끈끈함이 정말 좋다. 그게 정말 가슴 뛰는 것 같다"라며 미술과 다른 연기의 매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오이영과 닮은 점은 명은원(김혜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고윤정은 실제로 이런 상사가 있으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때려치웠을 것 같다"라고 화끈하게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갔을 것 같다. 사실 절대적인 빌런으로 나오지 않냐"라며 "혜인 선배가 너무 연기를 잘하셔서 나긋나긋하게 연기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던 것 같다. 본캐는 절대 안 그러시고 그냥 나긋나긋하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MZ세대 사회초년생을 선보이며 신경 쓴 점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캐릭터들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이영이는 초반부터 '의욕 없는 친구'라는 게 명확히 보이길 바랐다"라며 "중후반부로 갈수록 관계성도 드러나고, 미숙하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 이후 '언슬전'으로 또다시 성장을 이뤄낸 고윤정이다. 그는 "제가 이렇게 분량이 많았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무빙'은 각자의 회차를 가져가다 보니, 이번에는 체감상일수도 있는데, 분량이 많다고 생각됐고, 만나는 관계가 많다 보니까 차이를 명확히 두려고 했다"라며 "이제는 정말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 관리를 못하는 것도 실력이고 내 역량이구나 싶었다 이걸 깨달은 이후로는 감기도 조심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윤정은 '언슬전'이 전하는 메시지를 꾹 눌러 담아 사회초년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넸다. 그는 "저희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가 '괜찮아, 원래 다 못해. 처음부터 잘할 순 없어. 배우면 돼'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모두 시작은 서툴다. 어떻게 처음부터 잘하겠냐. 나중에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냐. 배우고 수용하고 질문하며 성장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힘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MAA]
고윤정 | 언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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