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자택일 외교 강요하는 대선 후보들 인식, 위험하다

한겨레 2025. 5.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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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대만 유사사태’같이 국가의 명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민감한 외교 문제에 대해 상대 후보에게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미국 대통령마저 ‘전략적 모호성’을 지켜가며 정제된 답변을 내놓는 난제에 대해 똑 부러진 답을 내놓길 요구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을 몰각한 행위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온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린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에 매몰돼 향후 자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히려는 어리석은 언행을 그만두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신중하고 절제된 논의를 해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8일 이뤄진 첫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셰셰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반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트럼프가 남북 모두에게 ‘셰셰 하면 된다’고 나오면 곤란한 것 아니냐”, “대만이 침략당했을 때 개입하겠다는 건가 안 하겠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중국 공산당은 (6·25 때)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우리 적국”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무엇보다 상대국이 있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사가 이런 식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해도 되는 건가.

상호방위 의무를 지는 동맹 조약으로 단단히 묶인 한-미 관계와 ‘국교 단절’ 상태인 한-대만 관계를 같은 선상에 놓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애초 성립할 수 없는 정치공세일 뿐이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외교적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대만 사태에 개입할 조약상 의무는 없다. 미국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의 상호 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받아들였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대만 유사사태 때 개입할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무력 개입 대신 “15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우린 중국이 대만에서 ‘최악의 오판’을 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만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다 함께 숙고해야 할 ‘난제 중의 난제’다. 대선 후보들은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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