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 국무위원들의 `라스트 댄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조기대선 2주 앞 깔끔한 마무리 절실 관세전쟁 대응·민생 안정 '발등에 불' 정부조직 개편 더해져 분위기 뒤숭숭 철저한 상황 관리 속 '유종의 美'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정부세종청사는 하루 종일 장관과 출입기자들의 릴레이 식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계엄 선포와 해제 안 의결 현장인 국무회의에 참석했느냐는 것과, 그렇다면 어떤 입장이었는지가 핵심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날의 진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시 장관 대부분은 질문을 피하기 바빴고 그만큼 혼란과 의구심을 키웠다.
그로부터 5개월,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는 현재까지 정부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야권의 탄핵 움직임에 반발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19개 정부 부처 중 5곳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기재부 장관 자리가 비게 되면서 남아 있는 국무위원은 14명으로 줄었다. 정권을 끝까지 지키는(?) 순장조인 것이다.
논란을 딛고 정부의 최고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를 그나마 이어가고 있는 데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대통령과 국무총리 부재 속에 최 전 대행에 이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대대대행' 체제는 경제위기 극복이나 민생 회복을 위한 국정 운영의 한계로 직용할 수 밖에 없다. 차기 정부 출범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무래도 힘이 빠져 있어 보이지만 각 부처는 분주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관세전쟁'의 맨 앞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표적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하고, 미국에서 균형무역과 비관세 조치 등 6개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20일 시작된 2차 기술 협의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가 구체화하는 등 양국 간 논의가 본격적인 협상의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범 부처를 이끄는 안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안 장관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는 국익 최우선을 목표로 미국과 적극 협의해나가는 한편, 협의 과정에 대해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언급, 의지를 보였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26조원 짜리 체코 원전 수주도 현재진행형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장관 직무대행 체제의 행안부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고기동 직무대행은 영남 산불에 이어 광주 타이어공장 화재 진압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긴급 지시하는 등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고 직무대행은 또 대선관리 주무 부처 중 하나로서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을 방문해 제21대 대선 사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의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행안부는 조기 대선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정부서비스 상황관리반'을 운영 중이다. 주요 정보시스템에 대한 장애 및 웹해킹, DDoS 공격 같은 사이버 침해 대응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연구개발(R&D) 기술사업화에 사활을 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마무리도 지켜볼 일이다. 유 장관은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범부처 기술사업화 혁신체계 정비에 다걸기하고 있다. 그는 엄중한 정국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핵심 과제들이 국민의 삶과 산업현장에서 체감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국무위원보다 상대적으로 '현장파'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발등에 불인 추가경정예산 조기집행과 현장 행보에 무게를 둔 인상이다. 추경 이후 농식품부는 농식품 물가 안정에, 중기부는 중기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섰다. 송 장관과 오 장관 모두 1주일에 많게는 2~3 차례 현장을 찾아 관련 업계와 대화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는 하나 여진이 여전한 의대 정원 문제나 국민연금 개혁이 다음 정부로 넘어간 부분은 아쉽다.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에 미칠 여파가 우려되지만,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점도 난제다. 김범석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이 매주 경제관계 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 장관회의와 통상현안 관련 범정부 국내대응 TF 등을 주재해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고는 해도 역부족이지 않겠나.
차기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이제 관심 중 하나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선주자 마다 부처 힘 빼기 또는 신설·폐지를 공약하는 가운데 20일 기재부 쪼개기가 도마에 올랐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가 비용추계서를 작성한 결과 앞으로 5년간 470억원 넘게 든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비용 추계가 나오면서 공직사회의 긴장지수가 올라가는 양상이다.
산업부 분리나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거버넌스 개편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 "누가 ㅇㅇ 장관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라든가, "모 의원이 벌써 뛴다더라" 같은 여의도발(發) 루머가 돌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공약을 바탕으로 하되 국민적 공감대 아래 구체적 로드맵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하고, 통상과 경제 문제가 화급한 현실임을 감안해 조직 개편 세부 논의를 집권 후 본격화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재정당국의 한 공직자는 "정권 교체기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단골메뉴가 되다보니 공직사회의 동요가 작지 않았다"라며 "공무원들로선 마무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기 대선인데다 유력 후보들의 공약이 제각각 이어서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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