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워터게이트”…‘부적합’ 네슬레 생수, 마크롱 은폐 정황
프랑스 정부가 세계 생수시장 1위 사업자인 네슬레 워터스의 불법적 생수 처리 과정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위기다. 폴리티코는 “프랑스판 워터게이트”가 터졌다고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상원 조사위원회는 스위스 식품 기업 네슬레 워터스가 프랑스 당국의 엄격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과 측근들을 포함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프랑스24 등은 전했다.

보고서는 6개월간 120명 이상의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네슬레 워터스는 ‘천연 광천수’나 ‘샘물’로 표시된 생수의 정제 과정에서 수돗물에 사용되는 탄소 필터와 자외선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천수 중 하나인 페리에도 포함됐다.
유럽연합(EU)은 천연 광천수에 대해 특성을 변경할 수 있는 어떠한 방식의 소독 및 처리 과정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사위는 정부가 3년 넘게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2021년 초 네슬레 워터스는 이러한 위반 사실을 프랑스 정부에 신고하고 탄소 필터 대신 0.2마이크론 미세여과를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해 10월쯤 이 사안에 대해 검토했고, 이후 아무런 처벌 없이 네슬레 워터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사위는 “미세여과를 승인하기로 한 결정은 정부 최고위층에서 내려진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적어도 2022년부터 네슬레가 속임수를 써왔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유일한 인물인 알렉시스 콜레르 엘리제궁 비서실장은 네슬레 워터스의 임원들과 수차례 전화 통화나 대면 접촉을 했던 것으로도 확인했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알렉상드르 오이질 조사위 위원은 “이번 워터게이트의 소비자 피해액이 30억유로(약 4조6901억원) 이상”이라며 “천연 미네랄 워터가 수돗물 가격의 100∼400배에 판매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네슬레 워터스는 지난해 해당 위반 사항을 인정하고 처벌을 피하고자 200만유로(약 31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사안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합의나 공모는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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