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왔다가, 오래 머문다”.. 다시 주목받는 ‘느린 제주’

제주방송 김지훈 2025. 5. 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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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 주목할 일 아니”.. 아고다 선정 슬로우 트래블 중심지, ‘제주’
짧은 소비에서 깊은 체류로.. ‘제주에 오래 머물 이유’를 찾는다


언제부턴가 여행자들은 더 이상 “다 봤다”며 제주를 떠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며, 한 끼 식사와 한 사람을 기억하는 여정이 제주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여행의 속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빨리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깊게 체류하는 경험’이 각광받는 흐름 속에서, 제주의 이름이 다시 불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천천히’라는 이름으로입니다.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20일 발표한 ‘아시아 최고의 슬로우 트래블 여행지’ 순위에서 서울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제주 역시 국내 대표 체류형 여행지로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기 순위를 넘어, 국내외 여행자들이 제주를 다시 선택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아고다 제공


■ 서울·부산과 함께 제주, ‘느린 여행’ 선호지로 재조명

20일 아고다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숙박 예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에 적합한 도시들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서울’이 아시아 3위를 차지했고, 세부적으로 국내에서는 ‘서울’, ‘부산’과 함께 ‘제주’가 대표적인 체류형 여행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슬로우 트래블’은 단기간에 관광지만 훑는 여행 방식이 아니라,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현지의 생활과 문화를 천천히 체험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고궁과 디지털 기술이 공존하는 서울과 달리, 제주는 자연과 마을, 바람과 식도락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체류의 ‘속도’를 낮추려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시 인식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고다 제공


■ 일본인 중심 체류형 수요 회복.. “제주도 다시 찾고 있어요”

아고다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일본인 여행객이 가장 활발하게 슬로우 트래블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 역시 일본, 대만 여행자를 중심으로 체류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과거 ‘렌터카 여행’이 주를 이뤘던 제주에서는 최근 도보 여행자, 장기 숙박자, 로컬 체험 중심의 워케이션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보고 있습니다.
‘한 달 살이’를 넘어 ‘여름 내내 머무는’ 외국인 여행자와 리모트 근무 여행객이 증가하며, 제주가 더 이상 짧은 휴가의 목적지가 아니라 장기 체류형 여행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제주, 여전히 ‘머무르기 어려운 섬’

제주가 가진 자연·문화적 조건은 슬로우 트래블에 적합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류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자차 없이는 불편한 교통 구조, ▲장기 체류형 숙박 인프라의 부족,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기반 로컬 콘텐츠 부재, ▲커뮤니티형 여행을 지원할 공공 프로그램의 미비 등은 실질적인 슬로우 트래블 수요를 수용하기에 구조적으로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이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복합 도시로 체류형 콘텐츠를 빠르게 확장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는 여전히 ‘보는 목적’에 머무는 관광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슬로우 트래블 수요를 감당하기엔 구조와 전략 모두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 지금 필요한 건 ‘속도의 설계’.. 제주의 다음 과제는 ‘체류’

이준환 아고다 한국지사 대표는 “슬로우 트래블은 빠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도시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형태로, 제주를 비롯한 서울·부산은 이에 안성맞춤”이라며 “각자의 속도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숙소와 활동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제주는 ‘하루 더 머무를 이유’를 설계할 시점”이라며 “동선 인프라 구축, 체류형 콘텐츠 강화,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문화 프로그램 등 슬로우 트래블에 맞는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주가 다시 선택받는 섬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하게 소비되는 여행지가 아니라, 천천히 익어가고 오래 기억되는 여행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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