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수사 주요 국면마다 윤석열과 통화한 검찰 출신 민정수석
윤석열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 주요 국면마다 전화통화를 했던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윤석열과 김 수석의 통화는 검찰 수뇌부와 ‘김건희 수사라인’ 물갈이가 이뤄진 시점, 검찰 수사팀이 김건희씨를 출장 조사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시점 등에 집중됐다. 2024년 5월 윤석열이 폐지된 민정수석을 부활할 당시 ‘자신과 김건희씨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윤석열과 김 수석의 통화기록은 민정수석을 통한 검찰 장악과 김건희씨 방탄 수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인 셈이다.

〈시사IN〉이 입수한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 윤석열의 개인 휴대전화 통신기록을 보면, 윤석열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254회) 다음으로 김주현 민정수석(107회)과 가장 많이 통화했다. 윤석열이 김 수석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과의 통화 횟수보다 많았다.
특히 그 시점이 공교롭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 주요 길목에서 집중적으로 전화를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이들의 통화 이후 이례적인 시점에 예고 없이 검찰 수뇌부가 대거 물갈이됐다. 검찰이 김건희씨에 대한 출장 조사와 처분을 한 시점뿐만 아니라 관련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다른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전후로도 통화가 이뤄졌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전화통화는 5월 중순 전후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5월11일(1회), 5월12일(2회), 15일(3회), 21일(6회), 23일(2회), 27일(4회), 29일(2회) 등이다. 이 시점은 윤석열이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5월10일)이자, 검찰에 갑작스런 ‘인사 태풍’이 불어닥친 시점이다.
5월13일 법무부는 검찰 수뇌부 인사를 발표했다. 당시 검찰 인사는 4월 총선으로 하반기에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규모도, 시점도 이례적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수뇌부 8명 중 6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두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자인 중앙지검 1차장(명품백 사건)과 4차장(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비롯한 차장검사 전원이 ‘좌천성 승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같은 이례적인 검찰 인사는 5월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씨 명품백 수사 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전광석화 같이 이뤄졌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5월2일에도 통화했다. 윤석열과 검찰 인사권을 가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통화기록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두 사람은 5월 한 달 동안 10차례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5월11일 1회, 12일 4회) 검찰 수뇌부 인사 단행 직전에 이뤄졌다.
유일하게 ‘새벽 통화’한 날 = 김건희 새벽까지 조사받은 날
7월에는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전화통화가 26회 이뤄졌다. 두 사람은 2024년 5월부터 11월 사이 가장 많은 통화를 7월에 주고받았다. 통화가 몰린 건 7월 중순이다. 7월13일 2회, 7월16일 4회, 7월18일 1회, 7월19일 3회, 7월20일 1회, 7월21일 2회, 7월24일 3회 등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검찰 수사팀과 용산 대통령실은 김건희씨 조사 일정과 방식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른바 ‘출장 조사’ ‘황제 조사’가 이 과정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7월20일 김건희씨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다음날 새벽 1시2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한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다음 통화는 7월21일 새벽 1시46분 이뤄졌다. 김건희씨 검찰 조사가 종료된 시점이었다. 2024년 5월부터 11월까지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새벽 시간에 전화통화를 한 날은 이날이 유일했다.
윤석열과 김 수석이 3차례 전화통화를 했던 7월24일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과 총장에게 보고 없이 출장 조사를 지시한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날이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김건희씨 ‘출장조사’ 사실을 뒤늦게 보고 받고 대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대검 감찰부가 면담조사를 시도했지만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의 진상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검찰 지휘부 사이 갈등이 격화됐다.

2024년 8월 새 검찰총장이 지명되었다. 9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명됐다(8월11일). 새 검찰총장이 지명되기 직전 인사검증이 마무리되고 후보군이 4명으로 추려지던 시점 등에도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집중적으로 전화통화를 했다(8월7일 5회, 8월8일 2회, 8월9일 2회 8월11일 1회).
같은 달 중앙지검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팀은 김건희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8월2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김건희씨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보고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그 다음날인 8월23일에도 한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2024년 9월과 10월에는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전화 통화가 각각 13차례, 10차례로 줄어들었다. 대통령실과 갈등이 깊었던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퇴임하고 ‘친윤’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명된 시점이다. 다만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의 주요 국면에선 계속해서 통화가 이뤄졌다. 9월26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한 김건희씨와 최재영 목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보고 받은 날도, 10월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들에 조사를 마무리한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김건희씨 무혐의로 처분 방향을 결정한 날과 최종 불기소 처분한 날(10월17일)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새롭게 불거진 김건희씨 공천 개입 의혹 국면에서도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 사이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9월30일 창원지금 형사4부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 회계담당자 강혜경씨 등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 전화통화를 했다. 10월24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혐의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명태균씨와 윤석열 부부 사건을 고발 하루 만에 배당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도 통화했다.
“국민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설치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잦은 통화는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에도 이어졌다. 윤석열 측근 4명이 모인 이른바 ‘12월4일 대통령 안가 회동’ 전후로 김 수석과 윤석열은 집중적으로 통화했고, 이후에도 수시로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
다음 날인 12월 5일, 검찰은 비상계엄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 출범을 발표했다. 윤석열은 6일 아침 김 수석과 통화했다. 통화는 12월7일 저녁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월8일 새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기습적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김용현 전 장관은 검찰에서 “검찰 출석 전화를 받은 직후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렸다. 당시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협의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2월6일 국회에 나와 “김용현 장관의 출석과 관련해서 전화 통화하거나 그런 얘기를 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했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이 수사에 개입하는 등 폐단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년 뒤인 2024년 5월7일, 윤석열은 용산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한다고 밝혔다. 4·10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대패하자 ‘귀를 열고 민심을 잘 듣겠다’는 취지였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이 사정기관 장악이나 사법리스크 방어용, 특검 방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설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통화 기록을 보면, 윤석열은 민심 청취가 아닌 검찰 장악과 김건희씨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활용한 정황이 보인다. 〈시사IN〉은 5월20일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지난해 5월~11월 사이 윤석열과의 통화 기록과 그 내용에 관해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5월23일 발행될 〈시사IN〉 제924호에서 윤석열의 통화기록에 관한 보다 자세한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상현·이은기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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