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 선행학습…시험은 '양' 아닌 '깊이' 측정 [함홍근의 수학 완전학습으로 가는 길]
진도를 많이 나간 것 아니라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풀어내는 능력
심화학습 빠진 선행엔
실력인 듯한 착각만 남아

'수학을 잘한다'라는 것은 진도를 많이 나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풀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수학 공부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얼마나 앞서 배우고 있는가'에 집중한 속도 경쟁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선행학습'이 수학을 잘하는 척도가 된 것 같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심화학습이 빠진다면 선행은 실력인 듯한 착각만 남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한 명 있었다. 이 학생은 고3 과정인 미적분까지 진도를 한 번씩 모두 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한 번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없었다. 이 학생을 지도하며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어려운 문제를 보면 습관적으로 피하거나 건너뛴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념과 공식 암기가 되어 있었지만, 어떻게 적용되는지 고찰하지 않았고, 왜 그렇게 되는지를 증명하지 않았다. 이전 과정에서 고민 없이 공식 암기 위주로만 공부했기 때문에 다음 과정에서의 응용문제는 이미 손댈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만 했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고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앞선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다음 개념도 잘 활용할 수 있다. 입시에서의 수학은 심화를 층층이 쌓는 학문이다.
선행을 한 번도 나가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2학년 2학기 수학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본인이 학창 시절에 빠른 선행을 하셨고, 빠른 선행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걱정으로 시작한 첫 수업에서 이 아이의 엄청난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모든 단원에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넘어가려 했고, 이 개념의 필요성까지 보려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를 질문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전부터 형성해 놓은 수학능력에 수학 지식이 구멍 하나 없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고3이 된 현재 수학은 전교 1등을 하고 있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고의 실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많은 학생이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이유는 조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빨리해야 따라잡는다', '지금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난다'의 사회적 분위기는 불안감을 조성해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쫓기게 만든다. 그러나 시험이 평가하는 것은, 선행을 많이 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이다. 수학 시험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의 양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한다. 즉, 시험은 '양'이 아니라 '깊이'를 측정한다. 심화 없이 선행학습을 진행하다 보면 정보를 축적하는 힘과 지식의 양을 늘리는 힘은 커질 수 있지만,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작아진다.
자신 있는 과정의 가장 어렵다는 책을 풀려보고 아이가 아무 도움 없이 다 풀 수 있는가를 확인해 보라. 만약 "기억이 안 나요"나 "이거 힌트 조금만 주실 수 있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이 아이는 진도를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몇 되지 않는 정보조차 처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수많은 단원의 수많은 정보를 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겠는가?

[함홍근 MS더함수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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