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궁’ 김지훈을 동급 최강 배우로 키운 건 한강 녹슨 철봉[스타와치]

김범석 2025. 5.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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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궁’으로 연기 절정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배우 김지훈(SBS)
한때 주말극 황태자에서 OTT 장르물, 지상파 주말극 주연으로 활약중인 김지훈(뉴스엔DB)
‘귀궁’ 제작발표회에서 육성재와 포즈를 취한 김지훈(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기자]

요즘 반환점을 돈 SBS 금토드라마 ‘귀궁’(극본 윤수정, 연출 윤성식)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육성재 김지연의 멜로가 메인 서사인데 왕으로 나오는 22년 차 배우 김지훈을 보는 재미 역시 점입가경이다. 특히 지난 7회부턴 멋진 곤룡포 핏을 보여주는 이정 역 김지훈의 비중이 대거 늘었다. 임금답게 포스 넘치지만, 육성재에게 살갑게 연애 상담해 주는 모습에선 유머러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겉차속따남’, ‘차은우 중년 버전’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김지훈에게 ‘귀궁’은 ‘천추태후’ 이후 16년 만의 사극. 그는 방송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사조’, ‘오뚝이 배우’로 통한다. 1981년생으로 또래 배우들이 부침을 겪고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전히 OTT 플랫폼뿐 아니라 지상파 주말극 주연을 꿰차고 있어서다.

‘귀궁’을 기획한 스튜디오S 홍성창 대표는 “주말드라마 황태자로 불렸던 김지훈처럼 40대 배우가 장르물과 OTT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연으로 떴어도 연기가 고만고만하거나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훈이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은 뭘까.

물론 그에게도 고단한 시기가 있었다. tvN ‘악의 꽃’(2020)을 만나기 전 1년 6개월은 마치 형벌 같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데뷔 초 잘 생겨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그 얼굴 때문에 더는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미남의 저주’에 걸렸던 시기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일이 풀리지 않는, 흔히 삼재가 끼었다고 할 때다.

당시 김지훈은 극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결국 대인기피증까지 왔다. 딱히 잘못도 없는데 선택받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어야 하는 선택받는 직업 배우의 고충이었다. 운 좋게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를 분양받으며 '로또'를 맞았지만, 당시 대출이자 내느라 땡빚을 내야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담배는 피우지만, 술을 마시지 않던 그는 백수일 때 무작정 집 앞 한강 공원 철봉에 매달렸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맨몸 운동하며 몸을 괴롭혀야 그나마 단잠을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데뷔 초부터 동고동락한 매니저 정진혁 대표가 가져온 대본이 바로 ‘악의 꽃’ 악역이었다. 체중 감량과 머리를 기른 장발 빌런에 대중은 호기심을 보였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성공적인 악역 변신이었고 장발 빌런의 유행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김지훈은 이후 5년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블랙2: 영혼파괴자들’, ‘발레리나’, ‘이재, 곧 죽습니다’등에 쉼없이 출연하며 빌런의 대명사가 됐다. 영화 ‘조커’ 이후 빌런이 주목받는 시대 변화의 덕도 봤지만, 대중은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는 김지훈의 성실함에 주목하고 밑줄을 그었다.

카페에서 리필 커피를 마시며 3시간 넘도록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김지훈은 바닥을 쳐본 자만 알 수 있는 보통의 하루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아는 배우다. 불치병이라는 주인공병에도 걸려봤지만 운 좋게 완치될 수 있었던 건 냉정하고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세상 흐름을 간파한 덕분이다.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숨조차 쉬기 어려운 시절, 그를 살린 건 어쩌면 말없이 그의 울분을 모두 받아준 한강의 녹슨 철봉이었을지 모른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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