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천국의 역습’ 스페인, 관광 對 주거권 갈등 격화... “에어비앤비 6만6000개 강제삭제”
세계 2위 관광대국 스페인이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더 강하게 조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파블로 부스틴두이 스페인 소비자권리부 장관이 “주거권을 돈벌이로 삼는 자들을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며 “6만6000여개에 달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삭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소비자권리부는 삭제 대상에 오른 에어비앤비 숙소 대부분이 “스페인 정부가 발급한 라이선스 번호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소유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세비야 같은 스페인 주요도시들은 유럽 최악 수준 주택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 주거 플랫폼은 주택난 주범으로 꼽힌다. 부동산 소유주들은 월세를 내고 장기간 머무는 현지인보다 일 평균 숙박비가 훨씬 높은 관광객을 선호한다.
2020년 바르셀로나대 연구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활동으로 스페인 평균 지역 임대료는 1.9%, 매매가는 4.6% 뛰었다. 에어비앤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상위 10% 지역에서는 임대료가 7%, 매매가는 17% 치솟았다.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한 팬데믹 이후부터 이런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등 주요 관광도시 임대료는 74% 폭등했다. 반면 장기임대 물량은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제 스페인 청년들은 마땅한 주거를 찾지 못해 평균 30.4세에야 독립한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EU 평균(26.3세)보다 4년이나 오래 걸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스페인에 부족한 주택 수가 50만채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스페인 국민 40%가 소득 4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데, 이는 EU 평균(10.6%) 4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정 위반 단속을 넘어 관광 대(對) 주거권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는 에어비앤비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2028년 11월까지 현재 단기 임대용으로 승인한 1만101개 아파트 사업면허를 철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연간 30일 임대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EU는 지난해 이른바 에어비앤비법(EU Short-Term Rental Regulation)을 통과시켜 각 숙소 등록번호, 임대일수 같은 정보를 의무적으로 각국 당국과 공유하도록 강제했다.
금융가에서는 유럽연합이 공유경제 전반에 걸쳐 강력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에어비앤비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비앤비는 스페인 정부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법정투쟁을 선언했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EU법과 스페인법, 그리고 스페인 대법원 이전 판결에 위배된다”며 “스페인 주택 위기 근본 원인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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