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대선판 노쇼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예약했지만 취소한다는 연락도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노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점 미용실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이 연 4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민생토론회에서 노쇼를 영세 소상공인 4대 피해 중 하나로 꼽으며 예약 보증금제 마련 등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 대통령선거를 2주 앞두고 때아닌 노쇼 사기가 기승이다. 대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를 사칭한 남성이 명함 30만 장 제작을 의뢰해 놓고 소식이 끊긴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에선 국민의힘 홍보실장 명의로 30명의 단체숙박 예약을 받은 한 숙박업주가 객실의 절반 정도인 16개를 비워둔 채 예약자에게 소개받은 도시락 업체 계좌로 식대 명목으로 35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예약 당일 예약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돈을 보낸 도시락 업체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대선판에 전국에서 유세가 열리는 것을 활용해 보이스피싱과 노쇼를 결합한 신종 사기 수법인 셈이다. 단체 예약에 맞춰 음식이나 선거 물품을 미리 마련해 두고 다른 손님의 예약을 받지 않아서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 몫이지만, 후보 캠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표가 소중한 상황에서 캠프를 사칭한 사기가 발생할수록 후보 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사칭 피해를 우려해 선거자금 마련을 위한 350억 원 규모 펀드 출시 계획을 바꿔 은행 대출로 충당하기로 했다.
□ 대선판에 한탕을 노리는 노쇼 사기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정치권의 유권자에 대한 노쇼다.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번지르르한 공약을 쏟아내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씻곤 한다. 이는 신뢰와 도덕성의 문제다. 공약 이행을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해도 공약을 믿고 표를 준 유권자의 배신감은 노쇼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에 대한 노쇼를 막고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후보들의 공약 이행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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