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화재' 광주 유해물질 기준치 이하?… 시민은 "숨쉬기 힘들어"
환경당국 "유해물질 이상 없음" 발표에도
600여 명 두통·구토... '장비 한계' 드러나
전문가 "역학조사 나서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집어삼킨 화마가 20일 완전히 진화됐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꺼지지 않고 있다. 사흘째 도심을 집어삼킨 연기 탓에 심각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는 20일 오전 11시 50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완진을 선언했다. 화재 발생 77시간여 만이다. 콘크리트 격벽 구조로 된 공장 내부는 열기가 가득 차 있어 타이어 재료들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재차 불이 붙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잔불이 점차 약화해 대형 화재로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불은 꺼졌어도 나흘째 쏟아진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는 계속됐다. 영산강환경유역청(영산강청)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대기 중 배출된 오염물질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지만, 광산구가 전날부터 실시한 피해 집계 결과 두통과 구토, 호흡 곤란, 어지럼증 등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은 603명에 달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경환(55)씨는 "목이 아프고 조금만 말해도 호흡이 가빠진다"며 "특히 눈이 따가워 도저히 앞을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영산강청은 대기 오염물질 분석 장비를 탑재한 이동 측정 차량을 이용해 바람의 방향에 따라 금호타이어 공장 주변을 돌면서 오염도를 측정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청은 보유 차량 2대 중 1대를 현장에 배치, 바람 방향을 따라 임의적으로 장소를 선정해 공장을 선회한 뒤 이후부터는 정문 인근에 주차해 오염물질을 측정했다. 그러나 오염도 측정에 활용한 장비는 사업장 등의 대기 오염물질 불법 배출을 판독하기 위한 설비로 벤젠과 황화수소, 에틸렌 등 공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 59종만 판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도 "자체 장비로 분석한 결과 배출된 오염물질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역시 이산화황·질소산화물·이산화질소·오존 등 6종만 측정이 가능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당국 발표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로 방출되는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등 유해물질이 대기 중에 얼마나 많은 양이 퍼졌는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기오염 측정망은 작동하고 있는지, 실측자료는 확보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상승 기류를 타고 오염물질이 빠르게 확산하는 성질이 있는 데다, 보유 장비만으론 고무타이어 연소 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등 유해물질 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인화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무 타이어 제조 공정에 황이 사용되는데, 황이 연소하면서 아황산가스가 만들어진다"며 "고무가 불완전연소될 때 생성된 카본블랙(검댕)에 아황산가스가 흡착돼 폐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표에 낙진 형태로 떨어진 카본블랙이 비와 섞여 수질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며 "연기를 흡입한 사람에 대한 역학 조사와 함께 공정 과정에 황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산강청 관계자는 "우선 급한 대로 평소 사용하던 대기질 관측 장비를 활용한 것"이라며 "고무공장 화재로 인해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됐는지 등에 대한 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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