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최대 위기 맞고 있는 사법부…민주당서도 ‘신중론’ 고개

정윤경 기자 2025. 5. 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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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희대 특검·대법관 증원 카드로 ‘사법부 압박’
당내 영입 인사인 이석연·권오을 등 “민주당 과하다는 생각 들어”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법원이 가루가 되고 검사와 변호사는 먼지가 될 것" (강민구 전 부산지법원장),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하는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단 9명)

사법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와 성토의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법관 증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등 사법부를 향한 일련의 법 개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면서다. 민주당이 사법부 압박에 고삐를 바짝 조이는 가운데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사법부 압박에 고삐를 바짝 조이는 가운데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민주, 조희대 '대선 개입 혐의 수사' 특검법 띄워

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발의한 주요 법안은 △조희대 특검법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다.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조희대 특검법)은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 골자다.

법사위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유를 규정한 헌재법 68조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법원 판결의 위헌 여부도 헌재가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현행 3심제로 이뤄지던 재판이 사실상 '4심'으로 바뀌게 된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있다. 현행법은 대법관 수를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으로 규정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업무 과부하로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다.

장 의원을 포함한 총 10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1인당 연간 수천 건에 이르는 사건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개별 사건에 대한 충분한 심리와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어 상고심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계기로 사법부를 향한 공세가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강민구 전 부산지법원장은 페이스북에 "법적 타당선 이전에 입법부가 사법부를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매우 위험한 선례"라면서 "이는 '판결에 불복하면 특검으로 보복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법치가 아닌 '정치 보복 치국'의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전직 회장 9명(박승서(35대 회장), 함정호(39대), 정재헌(41대), 천기흥(43대), 신영무(46대), 하창우(48대), 김현(49대), 이종엽(51대), 김영훈(52대) 변호사)도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9명의 원로 법조인은 "대법원은 선거법 사건을 법률에 따라 신속히 처리했을 뿐 이를 정치 개입 행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외부 권력과 여론에 법원이 휘둘리게 되면 정의는 설 수 없고, 사법부가 정치에 억압당해 법치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말했다.

변협 회장단의 성명서를 주도한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69·사법연수원 17기)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사법부는 국민 기본권 수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민주당의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공개 저격은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라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큰 우려와 함께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동서대 석좌교수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사법부 대상의 특검·탄핵 신중 기하고 자제해야"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법개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 탄핵, 청문회는 하나의 정치 공세로 보고 (당내에서 이 주장은) 안 나올 줄 알았다"며 "특검, 탄핵 등은 신중을 기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강금실 선대위원장과 함께 "특히 특검법 발의는 너무 과하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대선 전에) 본회의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과 함께 '보수 영입' 인사로 꼽히는 권오을 국민대통합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증원하는 것은 우리가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 전 총장은 "(이 후보가) 잘 나가고 있는데 사법부 흔들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오히려 표를 갉아먹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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