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베네수엘라인 임시보호 취소 가능”…35만명 추방 위기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대로 베네수엘라 이민자 35만명에 대한 임시 보호 조치를 일단 해제하도록 허가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을 보호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취업허가가 취소되고 안전하지 않은 국가로 추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미국 대법원이 19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인들의 임시보호지위(TPS)를 취소해달라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하급 법원에서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지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올해 1월9일 미국에 거주하는 엘살바도르인 23만명과 60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을 위한 임시 보호 조치를 18개월 연장했다. 임시보호지위를 받게 되면, 전쟁과 자연재해 또는 특별한 상황으로 귀국할 수 없는 외국인에게 추방당하지 않을 권리와 취업 허가를 제공한다.
당선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3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의 에드워드 첸 판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 보호 조치 폐지 계획에 대해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달 18일 샌프란시스코 항소법원은 판사의 명령을 일시 중단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했다. 법무부 변호사들은 판사가 “국가 이민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법원이) 빼앗았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이 19일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관들의 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만이 반대의견을 표명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에서는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인들 뿐 아니라 아이티, 온두라스, 니카라과, 아프가니스탄, 수단, 레바논 등 17개국 출신 약 100만명 이민자가 임시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 내 아프가니스탄과 카메룬인 수천명에 대한 임시보호조치는 종료됐다.
미국 정부와 대법원의 이런 결정에 인도계 프라밀 자야팔 민주당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고국에서 엄청난 폭력과 파괴를 피해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온 수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서 양보를 거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데버라 와서먼 슐츠 민주당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이 끔찍한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비범죄자들을 살인적인 독재자에게 다시 추방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는 엘살바도르의 세계 최대 수용소 ‘세코트’(테러범수용센터)로 추방된 사람들 중 일부의 이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소 50명의 남성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엘살바도르 인권단체 크리스토살은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이민자 가족을 대리하는 루스 로페스 변호사가 19일 자정 무렵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 이유는 10년 전 법원에서 일할 당시의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로페스 변호사는 크리스토살의 부패 방지와 사법부서를 이끄는 변호사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을 한 적이 있다.
부켈레 대통령이 갱단과 맺은 거래 의혹을 폭로한 탐사보도매체 ‘엘 파로’의 기자 7명도 정부가 체포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엘살바도르를 떠났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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