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라는 서사체 [뉴트랙 쿨리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기나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답을 찾아서.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의 뒤에 있고 이 길의 끝에서 우리는 스스로 빛날 거야. 다녀올게."
라이즈(RIIZE)의 첫 정규 앨범 'ODYSSEY(오디세이)'는 이 한 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약 40분짜리 시네마틱 필름과 함께 발매됐다. 이는 단순한 뮤직비디오 연작이나 다큐멘터리 형식의 티저 콘텐츠가 아니다. 앨범에 수록된 10트랙 전곡을 하나의 유기적인 이야기로 묶고, 다큐적 현실과 연출된 픽션 그리고 공연과 일상을 교차하는 다층적 서사 구조를 통해 라이즈라는 팀이 스스로 정의하고자 하는 정체성, 즉 '이모셔널 팝'의 실체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한 에세이에 가깝다.
음악을 듣는 감각과 삶을 살아가는 감정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묻는 이 필름은 라이즈가 단순히 노래를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경험되는 서사로 바라본다는 철학을 전면화한다. 결과적으로 'ODYSSEY'는 앨범이라기보다 청춘의 일면을 기록한 시각적 연대기이자 라이즈라는 이름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시네마틱 필름은 그 응답을 감각적이면서 때로는 실험적으로, 그러나 절대 느슨하지 않은 내러티브로 풀어낸다.

청춘을 걷는 다큐멘터리, 라이즈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시네마틱 필름은 단순히 뮤직비디오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곡마다 독립된 영상을 하나의 연작처럼 연결하되, 그 사이사이를 잇는 리얼 다큐의 조각들이 정서를 보강한다. LA에서의 뮤직비디오 촬영 준비 과정, 낯선 도시에서 길을 걷는 모습, 녹음 부스 안에서의 고된 몰입과 감정의 파열까지. 이 모든 장면은 연출된 서사와 다큐적 현실이 맞물리는 교차 지점에서 청춘이라는 감정의 생생한 입체를 만든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날것의 표정들이 포착된 이 기록은 라이즈가 음악을 통해 청춘의 실체를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앤톤이 녹음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정적 클라이맥스이자 이 앨범의 진정성을 가장 농밀하게 압축하는 지점이다. 완성된 곡보다 완성되지 않은 순간이 오히려 더 선명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사실 말이다. 이 시네마틱 필름은 그 사실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잘 만든 뮤직비디오 모음이 아닌, 곡이 만들어지고 감정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함께 겪게 하는 복합 매체로 기능하게 한다.

음악과 장면이 엮어낸 감정의 지도
영상은 앨범의 10곡을 순서대로 따라가되 각 곡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정선의 흐름을 따라 시나리오처럼 촘촘히 엮어간다.
멤버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물속을 유영하는 앤톤의 모습이 담긴 첫 트랙 'Odyssey'는 본래 수영선수였던 그의 서사를 은유 삼아 청춘의 출발선을 무중력의 신비로 감싸안는다. 이 여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이는 곧 라이즈가 이야기하는 청춘이라는 여정의 감각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시도다.
이어지는 'Bag Bad Back(백 배드 백)'에서는 휘황한 조명이 아닌 흐릿한 연습실 조도 아래서 땀과 루틴이 빚어내는 시간의 무게가 담담하게 포착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 무수한 순간들이 곧 라이즈의 기틀이 됐음을 영상은 말없이 증명한다.
이후 등장하는 '잉걸(Ember to Solar)'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교차 편집해 확신으로 나아가는 청춘의 역동을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빠르게 질주하는 전철 배경과 그 안에서 우주로까지 확장하는 공간의 전환은 멤버들이 지나온 수많은 선택과 흔적, 즉 역(驛)을 따라가며 하나의 궤적으로 엮어낸다. 이 곡은 강렬한 브라스와 비트가 선도하는 가운데 좌절과 불확실성 이후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의 음률이 반복된다.
타이틀 곡 'Fly Up(플라이 업)'은 시네마틱 필름의 정점이자 하나의 세계관적 전환 장치다. '내일 도서관에서 보자'는 일상적 대사가 곧이어 도서관 뮤직비디오 장면으로 이어지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문다. 책 속의 질서와 외부의 규범을 벗어나 각자의 리듬으로 날아오르겠다는 선언이 공간적 상징과 함께 구현된다. 이 지점에서 라이즈는 감정의 탈출구를 제안하는 창작 집단으로 존재한다.
특히 1950년대 로큰롤 리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Fly Up'의 댄서블한 구성은 감각적이면서도 낯설다. 리듬 기타의 깔끔한 스트로크, 복고풍의 베이스라인 위에 얹힌 콰이어 편곡은 무대 위에서의 자유와 해방을, 동시에 도서관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무대 삼아 펼치는 청춘의 실험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라이즈는 춤과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경계 바깥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그 사운드의 질감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장과 연대를 부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면화된 감정의 색은 더욱 깊어진다. 정서적 전환점이 되는 인터루드 곡 'Passage(패시지)'는 이 앨범의 가장 섬세한 트랙이다. 앤톤의 아버지인 뮤지션 윤상이 참여한 이 짧은 연주곡은 앨범 안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단지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흐른다고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 곡은 한 앨범이 단절 없이 감정의 깊이를 더해가는 데 필요한 길목이다. 앤톤이 "우리 앨범, 그래도 후회 없이 이 시기를 보냈다만 됐으면 좋겠네"라고 말하는 모습과 이 곡이 맞물리는 순간, 'Passage'는 단순한 연결 트랙이 아닌 감정의 진폭을 정리하고 다음 서사를 준비하는 내면의 호흡처럼 다가온다.
'Midnight Mirage(미드나이트 미라지)'의 몽글몽글한 애니메이션은 무의식의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의지의 순간을 그려낸다. 현실과 상상,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에 선 라이즈는 그 흐릿한 틈을 따라 자신만의 감정과 서사를 쌓아 올린다. 마지막 두 트랙인 'Inside My Love(인사이드 마이 러브)'와 'Another Life(어나더 라이프)'는 팬들을 향한 고백이자 자신들에게 보내는 의지적 편지다.
시네마틱 필름의 마지막, 앤톤이 영어 내레이션으로 전하는 기도문은 이 긴 여정의 여운을 장식하면서 라이즈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윤리적 선언처럼 들린다.
"떠나온 자가 떠나려는 이를 위해 기도를 전하오니 길 위에서 그들이 빛을 잃지 않도록 지켜봐 주소서. 먹구름과 비바람을 헤치고 나가 드넓은 우주를 마주할 수 있기를. 그들이 밟아온 모든 길이 전부 자신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이 대사는 곧 라이즈가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청춘은 늘 어딘가를 떠나오고, 또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며, 그 모든 발자국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길이라는 깨달음. 이 마지막 장면은 필름 전체를 조용히 감싸며 청자에게도 똑같은 기도를 남긴다.

'이모셔널 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교한 대답이 있다면 아마 이 시네마틱 필름일 것이다. 청춘이란 단지 특정 연령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신과 불안, 도전과 후회의 뒤엉킴 속에서도 나아가고자 하는 감정의 움직임이다. 라이즈는 이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고 영상으로 구현하고 결국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유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ODYSSEY'는 라이즈가 쌓아온 시간과 감정, 그리고 음악적 구조와 서사의 안배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물이다. 감각적 사운드, 서사적 내러티브, 그리고 치밀하게 설계된 영상미까지. 라이즈는 이제 '이모셔널 팝'이라는 장르 위에서 K팝의 미래 감수성과 조형 언어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중이다. 그것은 단지 지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어떤 감정과 사운드를 기록하게 될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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