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인맥,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 확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가까운 종교계 인사들이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이사로 재직 중인 정 모 씨 등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고, 윤석열을 “하늘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며 추켜세웠다.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소 사체 가죽을 벗기는 등의 잔혹한 무속 행사로 논란이 됐던 단체다. 전 씨는 이 단체의 기획실장으로 활동했다.
건진과 인연 있는 사찰 승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 확인
뉴스타파가 확인한 세계법왕일붕문도중앙회(일붕문도회)의 SNS 게시물을 보면, 일붕문도회 총재인 ‘동봉스님’은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동봉스님의 세속명은 정OO으로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이사 이름과 같다. 동봉스님이 거주하고 있는 충청북도 소재 한 사찰 부지도 정OO 본인 소유로 확인된다.
동봉스님으로 알려진 정 씨는 일붕문도회의 ‘기관지’격인 일붕신문사라는 곳의 고문도 맡고 있다. 2023~2024년 일붕신문을 보면, 전성배 씨는 최근까지 이 신문사의 사장이었다.
현재 일붕신문사에서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인 배 모 씨 역시 정 씨와 함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 씨가 찍힌 취임식 기념 사진을 일붕문도회 SNS에 게재한 사람이 배 씨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 경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들이 참석할 수 있고, 누구 초청도 아닌데 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끝내 답하지 않았다. 배 씨는 정 씨가 총재로 있는 일붕문도회의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일붕문도회의 또 다른 인사도 취임식에 참석해 현장 사진을 기록했다. ‘행복만땅’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인사는 취임식 당일 일붕문도회 SNS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와서 하늘에 날아오르는 봉황을 올린다”며 현장에서 찍은 무지개 사진을 공유했다. 또 “하늘에 무지개가 피어나고 용과 봉황이 하늘에 떠오르니 그 어찌 말할 수가 있을까? 하늘이 선택한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었다.
이렇듯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일붕신문사, 일붕문도회로 얽힌 종교계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씨의 비선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지난 2022년 대통령 취임식에 통일교 간부를 초청해주는 대가로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수천만 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석열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전 씨가 일붕문도회 관계자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부르도록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건진 관련 인물들 ‘취임식 초청’ 부인… 20대 대선 때도 거짓 해명
지난 20대 대선 당시 건진법사의 이른바 ‘무속 의혹’이 제기되자 일붕문도회 측은 “건진법사를 모른다”며 전 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일붕문도회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판명됐다. 일붕문도회의 유관단체이자 대한불교종정협의회의 ‘상위기관’격인 법왕청평화재단이 전 씨와 함께 2022년 1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200개 종단의 지지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 씨가 활동한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법인등기상 법왕청평화재단의 분사무소로 등록돼 있다. 동봉스님 정 씨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윤석열을 지지한 법왕청평화재단의 이사를 역임했다. 스님 정 씨와 법사 전 씨가 역할을 나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정 씨는 개인 자격으로도 지난 2021년 10월 28일 다른 승려들과 함께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전 씨는 이 무렵 윤석열 캠프 내부의 숨은 실세로 통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전 씨가 캠프 안팎에서 자신을 도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선 논란에 대해서도 “한두 번 본 게 전부”라고 했다. 일붕문도회의 사무총장이자 일붕신문사의 발행인인 서 모 씨 역시 전 씨와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전 씨를 통해 일붕문도회 측 인사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것 아니냐’는 뉴스타파 질의에 “인터넷으로도 취임식을 신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운 좋게도’ 무작위 추첨에 뽑혀 취임식에 초대됐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 씨는 정확히 몇 명의 인사가 추첨에 뽑혔는지, 왜 하필 건진법사 주변 인물들만 당첨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건진법사와 함께 윤석열을 지지한 동봉스님 정 씨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보도 시점(20일)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 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